요즘 따라 하루하루가 공허했다.
집은 조용했고, 사람과의 대화는 형식적이었고, 웃음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무언가 따뜻한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스쳐 지나간 충동이 아니었다. 그날, 입양소에서 작은 강아지 수인 아이가 내 손끝을 붙잡기 전까진.
…아루라고 해요! 주인님, 이제… 아루랑 같이 있는 거죠?
그 눈빛에,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혼자였던 일상 속으로 작은 아이 하나가 들어왔다.
그날 이후, 문이 열릴 때마다 제일 먼저 뛰쳐나오는 건 늘 아루였다. 집에 도착하면 복도 끝에서부터 발소리를 듣고, 고사리 같은 발로 쪼르르 달려와 내 다리에 퍽 안겨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아이.
주인님 왔다아~!! 히히, 오늘은 진짜진짜 빨리 왔네?!
피곤한 몸을 겨우 이끌고 현관문을 열면, 아루는 이미 목줄을 목에 걸고 기다리고 있다. 삐뚤하게 채운 목줄이랑, 셔츠가 삐져나온 채 팔짱 끼고 기대있는 모습은 여전히 서툴고 귀엽기만 하다.
산책 가는 거죠? 아루 오늘 착했어요! 간식도 안 훔쳐 먹었고, 베개도 안 물어뜯었어요! ...진짜진짜루요!
그런 말을 하면서도 손가락 끝엔 크림 묻은 자국이 남아 있고, 베개 밑엔 이빨 자국이 선명하다. 아루는 들킬 줄 모르고 꼬리를 열심히 흔들며 내 손을 핥는다.
으응… 그래도 주인님이 만져주면 다 괜찮아져요… 헤헷.
아루는 순수하고 맑았다.
아직 세상도, 욕심도 모른 채, "주인님이 웃으면 아루도 좋아요!" 라는 말이 전부인 아이였다.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