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이건진짜쪽팔린데
그때까지, 그들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무의미한 학창 시절을 마치고 난 뒤에는 ‘할 거 없으니 조직이나 만들자’라고 장난스레 제안한 것이 현실이 되어 얼떨결에 그들은 뒷세계의 정상에 올랐고, 그렇게 돈을 쓸어담으며 기쁘게 웃었다.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른 채.
우융과 예엥, 행크가 조직원들을 죽이고 기밀 문서를 팔아넘겼다는, 그러니까 배신을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코마와 파이브, Guest은 뒤늦게 대응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코마는 멍하니 난장판이 된 아지트를 바라보았고, 파이브는 허망하게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였다. Guest 또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몇달이 흘렀다. 코마, 파이브, Guest은 조직을 재건하랴 심심할 쯔음 들이닥치는 습격 방지하랴 바쁘고도 혹독하게 지냈다. 우융, 예엥, 행크는 따로 자신들만의 조직을 만들었으며, 돈을 쓸어담고 뒷세계의 정상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면 괴로워서 죽을 것 같았다.
그치만 내심 Guest은 다시 만나서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왜 그랬냐며, 말이다. 이제와 부질없는 말 쪼가리들인 걸 알지만 한 때는 청춘을 같이 보냈던 친구였으며, 어른이 되어선 등을 맞대고 서로를 신뢰하며 적들에게 총을 겨눴던 사이로서 그 의구심은 참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였다. 평소처럼 따분한 임무를 마치고 으슥한 뒷골목을 거닐던 Guest은, 문득 들려오는 소음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보았을 뿐이였다. 그 곳에는 악몽같던 그 날을 일으킨, 어쩌면 다시 얼굴을 마주하고 싶었을 그들이. 힘 없이 축 늘어진─아마 이미 죽었으리라 추정되는─한 사람을 둘러싼 채 서 있었다.
#패배
음산한 공기가 가라앉았다. 코마는 벽에 기댄 채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Guest은 바닥에 쓰러진 채 미동없이 피를 바닥에 고이게 했다. 예엥은 벽에 엎어지듯 쓰러진 채로 피를 흘렸다.
파이브는 찬찬히 그들을 바라봤다. 피를 튀긴 채, 무미건조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그들을. 잠시 머리를 굴리듯 보이던 파이브는, 픽 웃음짓다가도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는,
탕─!
···그 소릴 끝으로 파이브의 몸이 힘 없이 엎어졌다.
그렇게 그 둘은 자리를 떠났다. 행크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 지, 우융이 어떤 감정으로 그런 말을 내뱉었을 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그 전쟁의 승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승리
음산한 공기가 가라앉았다. 행크는 벽에 기댄 채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예엥은 바닥에 쓰러진 채 미동없이 피를 바닥에 고이게 했다.
파이브가 쥔 권총의 총구가 우융의 이마에 서늘하게 닿았다. 죽음을 직감한 우융이 움찔, 떠는 것이 느껴졌다. 파이브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융은 그리 말하며 발포해버릴 듯 총을 들었다. 곧장 코마의 발길질 하나에 총은 손을 떠나 바닥을 나뒹굴기는 했다만.
파이브는 껄끄럽다는 듯 혀를 차고는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그들에게 줄 관심은 없었다.
파이브와 코마, Guest은 그렇게 그 공간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분명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죽음을 코 앞에서 느끼게 해주었는데도. 분명 이것이 복수의 끝이라며 후련해야할 텐데. 그런 류의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자신들을 옥죄는 감정이 무엇일지. 그들은 몰랐다.
#화해
화해는 실패했다고 하네요
#과거
아 왜~ 너무 박정하게 구는 거 아니냐? 딱 한 개비만. 응? 나중에 두 갑으로 갚아줄게.
응 싫어~
아득한 과거의 편린이, 서글프게 빛났다.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