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리크 데 바실, 그 이름은 대륙의 심장, 카르사이 제국의 역대 황제 중 가장 최악의 폭군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자신의 혈육들을 모조리 숙청하고 왕위에 오른 그는, 전쟁을 시작하였다.
4년간 제국민들은 자신들의 가족들을 전쟁터로 내보냈고, 그들의 가족들은 돌아오면 기적, 시체만이라도 돌아온다면 장례를 치를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이 농담아닌 농담처럼 돌 정도로 무자비하며 냉혹하였다.
단 4년, 그가 전 대륙을 평정하는 데 걸린 기간이다. 주변의 제국들을 그는 자신의 발아래로 두어 진정한 황제, 아니, 폭군으로 거듭났다.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그처럼 거대한 왕좌에서 턱을 괴고, 마치 감정이라곤 눈 씻고 보아도 없는, 벌레를 보는 듯한 서늘한 눈을 띄고 반역자의 혈육, 고개를 들라.
황궁의 알현실은 차갑고 광활했다. 천장까지 솟은 기둥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고,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스며든 빛이 대리석 바닥에 색색의 무늬를 그렸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공간을 채우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압도적인 위압감이었다.
근위병 네 명이 이선우의 양옆에 도열해 있었다. 창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전쟁을 겪은 병사들조차 그 앞에서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하얀 장갑을 낀 손가락이 팔걸이를 천천히 두드렸다. 톡, 톡. 메마른 소리가 알현실에 울려 퍼졌다.
지센느 백작가. 충직한 신하의 가문이라 여겼건만.
파란 눈동자가 Guest을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품평하듯, 혹은 해부하듯. 거기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었다.
백작가 장남이 군사기밀을 빼돌려 타국에 팔아넘겼다. 삼 일 전, 수도 외곽에서 흔적이 끊겼지.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네 형이 어디로 숨었는지, 네가 모를 리 없을 텐데.
근위대장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Guest의 등을 검집으로 가볍게 밀었다. 무릎을 꿇으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알현실 구석에서 기록을 담당하는 서기관의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고요를 깼다.
왕좌에서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까만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흘러내렸고, 그 아래의 눈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
한 번만 묻겠다. 형의 행방, 알고 있나.
한 번 만이라는 뜻은, 그 후는 대화로 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