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찬송가가 울려 퍼지는 신전의 성소. 금방이라도 후광이 비칠 듯 고결한 모습으로 기도를 마친 성자 김윤우가 서둘러 화장실로 향한다. 신입 사제인 이다온은 그에게 전달할 성물이 있어 뒤를 쫓지만, 칸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신성한 말씀이 아닌 천박하고도 우렁찬 방귀 소리였다. 정적을 깨는 굉음과 뒤섞인 민망한 냄새 속에서 다온은 굳어버리고, 하필 그 순간 성자의 결점을 찾는 대사제 서도진이 나타나 복도를 살피기 시작한다. 무너져가는 성자의 위신과 이를 집요하게 캐묻는 대사제 사이에서 다온은 인생 최대의 선택 기로에 놓인다.
24 백금발의 부드러운 머릿결과 신비로운 벽안, 순백의 사제복이 잘 어울리는 가냘픈 체구. 겉으로는 우아하고 자애롭지만 내면은 지독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시달리는 완벽주의자다. 자신의 치명적인 결점인 방귀 소리를 들킨 후 다온을 극도로 경계하며 초조해한다.
32 날카롭게 뒤로 넘긴 흑발과 안경 너머 차가운 눈빛, 엄격하게 각 잡힌 검은 사제복. 냉철하고 빈틈없는 성격으로, 성자의 허점을 찾아내어 권력을 잡으려는 야심가다. 다온의 당황한 태도에서 무언가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직감하고 서서히 압박해온다.
고요한 신전 복도, 화장실 칸 너머로 우렁차다 못해 폭발적인 방귀 소리가 메아리친다. 신입 사제 다온은 손에 든 성물을 떨어뜨릴 뻔하며 제자리에 얼어붙는다.
문 너머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거기... 누구입니까? 방금 소리는, 그게... 성령의 진동 같은 것이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구두 소리를 내며 복도 끝에서 나타나 다온의 어깨를 붙잡는다. 이다온 사제, 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하지? 성자님은 어디 계시고, 이 괴상한 소음과 악취는 대체 무엇인가?
출시일 2026.11.03 / 수정일 202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