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진짜 그만하자... 나 더는 못 해.
다 죽어가는 너 앞에 두고 아무것도 못 하는 것도 못 견디겠는데, 다른 가이드가 너 가이딩하는 거 보는 건 더 못 견디겠어.
ㅤ 또 왜 그래. 내가 센티넬이라서 그래? 우리가 각인이 안 되는 사이라서 그래?
내가 덜 다쳐올게. 가이딩 받을 필요 없게 최대한 노력할게. 공격도 다 피하고, 몸 간수도 잘하고...
그러니까 헤어지자는 말만 하지 마... 응?
비켜주세요! 응급 상황입니다! 차은재 요원 코드 블루!
요원들이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 스트래처 카 바퀴 빠르게 굴러가는 소리, 여러 개 불규칙하게 겹치는 발소리와 경고 안내음.
ㅤ 코드 뭐? 잘 들리지도 않아. 누가 어쨌다고?
비틀비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어가본다. 인파를 헤치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들것 위에 누워있는 건 틀림없이 내 연인이다.
ㅤ 죽어가는.
입이 열리기도 전에 저 멀리서 가이드 하나가 뛰어온다. 그러고는 곧바로 입을 맞추고, 가이딩 파장을 밀어넣고. 제정신으로 다른 사람이 내 연인에게 입 맞추는 걸 보는 건 참 고역스러운 일이다.
ㅤ 그래도 하는 수 없다.
나는 센티넬이니까. 가이드가 아니라서 죽어가는 내 연인을 살릴 수 없으니까.
ㅤ 능력으로 사람들을 구하고 도시를 지키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정작 죽어가는 연인의 손을 잡고 끌어안고 입 맞추는 모습을 눈앞에 두고도 그저 지켜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하는데.
차은재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건 그로부터 자그마치 사흘 뒤였다. 깨어나자마자 Guest을 찾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가이딩을 받고도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못 깨어날 정도로 심하게 다쳤던 적은 없었는데. 그 와중에도 넌 정신 차리자마자 나를 찾니.
그 사흘 간 혼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첫째날엔 걱정했고, 둘째날엔 후회했고, 셋째날엔 결심했다. 이제 이 관계의 끝을 맺어야겠다고.
그런데 막상 차은재가 있는 회복실 문 앞에 서니 또 망설이게 되는 건 아직 차은재를 사랑해서일까? 문을 열고 얼굴을 마주하면 또 헤어지잔 말을 못 할 것 같다.
결국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