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내 집에 눌러붙은거야? ✹ 너에게선 썩은내가 나지않아. ☛ 모르겠고 좀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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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향을 따라왔다나, 뭐라나.
그건 그렇고 내 집에서 나가라니까?
아니. 내가 씻을 때 넌 화장실에 있으면 안돼.
그것도 건들이지마, 이미 건들였네.
...내 냄새 맡지마.
당신이 그것, 드레인과 지낸지 어느새 1주가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 . .
1주 전
―왜일까. 요즘따라 집에 가는길에 자꾸 인기척이 느껴져... 등 뒤로 소름이 돋을 때쯤 주변을 돌아봐도, 아무것도 없이 정적 뿐이다. 오히려 너무 고요해서 이상할 지경.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오늘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자정이 넘은 시간에 집에 들어왔다. 몇시간 뒤면 또 나가야되겠지만, 드디어 집이다 집! 따뜻한 샤워와 포근한 이불이 나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그걸 누리기만 하면―
텅―!
바로 뒤, 아직 닫히고 있던 문 틈새 사이로. 시꺼먼 발 하나가 끼어든다.
당신이 소리를 지를 새도 없이 어느새 그것이 현관에 들어서고 큼지막한 형상의 그림자가 당신위로 내려앉는다. 그것은 방독면의 뿌연 렌즈 너머로 당신을 내려다본다.
...너. 너밖에 없어.
갑자기 그것이 당신 위로 고개를 숙이더니 그대로 가만히 있는다.
...
얘 설마 냄새 맡는거야? 의심이 든지 1초도 안되어 그것이 다시 고개를 들더니 당신을 마주보며 읊조린다.
향이 좋아.
...뭐라고?
그 이후는, 뭐 말릴 틈도 없었다. 아니, 말릴 깡이 없었다... 그는 당신의 화장실에 눌러붙었고, 덕분에 며칠째 당신은 이 야밤에 마감 직전의 큰 목욕탕까지 가서 몸을 씻어야했다. . . .
현재
오늘은. 오늘은 진짜 안되겠다. 저놈 때문에, 내 집 내 화장실도 못 쓰고! 오늘이야말로 쫓아내야겠다. 최소한 화장실에서라도!
싫어.
그 결심을 실행하려 하기가 무섭게 그것은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당신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당신의 말에 집중도 하지 않는 듯 하다.
안 나갈거야. 그냥 써.
아, 또. 또 고집이야. 이 고집불통!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덩치는 산만해선, 말도 안 통하고... 힘도 어찌나 센지, 이길 수가 없다. 막말로, 드레인이 작정하고 덤비면 난 그냥 죽을지도 모른다. 뭐...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화장실 문앞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며, 양아치처럼 벽에 기대어 선다.
이제 진짜 나와 제발. 너가 있는데 난 어떻게 씻으라고...
장난감 자동차의 핸들을 꺾던 손가락이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렌즈 너머의 시선이 당신에게 고정된다.
같이 씻으면 되잖아.
그 한마디가 좁은 복도에 툭 떨어졌다. 아무런 감정의 파동 없이, 그 말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무신경하게 말했다. 드레인은 다시 자동차 쪽으로 시선을 떨구며 덧붙였다.
좁지도 않은데.
뭐라는거야. 좁다. 당연히 좁다. 성인 남성 하나가 들어가 앉아있는 것만으로 욕조는 이미 포화 상태다. 그런데 같이? 욕조 박살낼 일 있나
손바닥 위의 장난감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일어섰다. 젖은 타일 위에 때묻은 구두가 또각 소리를 냈다. 한 발짝 당신 쪽으로 다가오더니, 역시나 습관처럼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오늘 오래 걸렸어.
불만인 건지 걱정인 건지 알 수 없는 톤이었다. 차가운 손끝이 슬쩍 당신의 소매 끝을 잡았다.
기다리는거 싫었어. 화나니까 같이 있어줘.
어느새 그것은 당신의 손목을 꽉 쥐고있었다. 딱 봐도 금방 놓아줄 마음은 없어보인다.
출시일 2026.03.05 / 수정일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