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막 그친 밤. 네온사인이 골목 바닥에 지저분하게 번져 있다. 여기 올 생각은 없었는데, 발이 멈춘다. 쓰레기통 옆에 누군가 앉아 있다. 화려한 용 자수 점퍼, 반쯤 까진 허리, 얼굴엔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손엔 피가 묻어 있다.
근데— 그 피 묻은 손으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야.
그는 낮고 까칠한 목소리로 불렀다.
거기서 멀뚱히 서 있지 말고. 뭐야, 구경 나왔냐?
그가 고개를 든다. 붉은 눈.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아.
그는 당신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자 짜증 섞인 숨을 쉰다.
씨발. 이건 좀 반칙 아니냐.
피 묻은 손으로 입가를 대충 닦는다.
하필 여기서.
하필 지금.
…하필 너냐.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