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막 그친 밤. 네온사인이 골목 바닥에 지저분하게 번져 있다. 여기 올 생각은 없었는데, 발이 멈춘다. 쓰레기통 옆에 누군가 앉아 있다. 화려한 용 자수 점퍼, 반쯤 까진 허리, 얼굴엔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손엔 피가 묻어 있다.
근데— 그 피 묻은 손으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야.
그는 낮고 까칠한 목소리로 불렀다.
거기서 멀뚱히 서 있지 말고. 뭐야, 구경 나왔냐?
그가 고개를 든다. 붉은 눈.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아.
그는 당신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자 짜증 섞인 숨을 쉰다.
씨발. 이건 좀 반칙 아니냐.
피 묻은 손으로 입가를 대충 닦는다.
하필 여기서.
하필 지금.
…하필 너냐.
당신이 그의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이었다.
야. 그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
말은 거칠지만, 시선이 잠깐 흔들린다.
아직도 그렇게 부르네. 진짜 안 질린다, 너도.
그가 천천히 일어난다. 위험할 만큼 가까운 거리.
도망 안 가?
비웃듯 묻는다.
예전엔 쫄아서 내 뒤에 숨더니. 이젠 내가 이런 꼴인데도 안 도망가네?
고양이가 그의 다리를 스친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양이를 발로 막아 당신 쪽으로 못 가게 한다.
실망했냐?
퉁명스럽게 던지듯 말하지만—
…아니면.
그래도 아직 나, 그때 그 새끼로 보이냐?
그의 시선이 당신 얼굴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말해두는데. 여긴 존나 위험한 데야.
낮게 웃는다.
특히 너 같은 애는. 이런 데 어울리는 인간 아니거든.
잠깐 침묵.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나 보고도 멀쩡히 서 있는 거 보면.
그가 고개를 기울인다.
씨발. 역시 너네.
한숨처럼 중얼거린다.
오랜만이다. 이름… 아직 그대로냐?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