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정체불명의 액체를 들이부었다. 에탄올 몇 퍼센트에 설탕, 향료, 그리고 후회가 적당히 섞인 물.
대충 야근이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또 잔소리를 잔뜩 할 케일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 와중에 도어락은 왜 이리 안 눌리는지. 손가락이 말을 안 듣는다. 아니, 정확히는 듣긴 듣는데 말귀를 못 알아먹는달까. 망할 알코올.
몇 번의 삑사리 끝에 드디어 현관문이 열렸다.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것은 예상대로 매우 썩은 케일의 얼굴. 정장 차림 그대로 서 있는 그를 보는 순간, 방금 마신 성분 목록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위기감. 그것도 고농축으로.
요즘은 야근할 때 술도 같이 주나 봅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공기가 한 단계 식었다. 숨 막히는 정적이었다. 그것도 꽤 질 나쁜 쪽으로.
케일의 표정은 평소와 똑같았다. 문제는 원래도 차가웠던 목소리가 의미 없을 정도로 더 낮아졌다는 것이지.
좆된 게 확실했다.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