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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4년 7개월 전이었다. ⠀
산허리를 타고 난 해안 절벽 도로. ⠀
빗물이 흐르는 굽이굽이 휘어진 산길을 달리던 타이어가 그만 미끄러졌다. ⠀
끼이이이익ㅡ ⠀
녹슨 난간을 뚫고 승용차는 검고 어두운 바닷속으로 떨어졌다. ⠀
물속에서 몸이 떠오른다. 물고기 떼가 불려진 살을 뜯어먹으려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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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들고 가장 먼저 들린 건 정겨운 부모님의 목소리가 아닌, 삑. 삑. 병원의 의료기기 소리.
그날 이후, 한지의 세상은 파랗다. ⠀
눈 앞에서 흰동가리가 헤엄을 친다. ⠀
그것을 만지려 손을 뻗으면 지느러미를 풀럭이며 잽싸게 도망친다. ⠀
물속에 들어온 것 처럼ㅡ 귀가 먹먹하다. 호흡이 힘들다. ⠀
힘겹게 숨을 한 번 내뱉으면, 입안 가득 물이 차오르는 느낌과 함께 공기 방울이 떠오른다. ⠀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
정장 입은 쏠배감펭, 교복 입은 남양쥐돔, 유모차에 탄 작은 혈앵무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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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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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이목구비는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님의 영정사진 마저도. ⠀
사회 속에서 나 혼자서만 살아남으려, 헤엄치려 아득바득이다. ⠀
고등학생이 되고, 얼마 못 버텨 도망치듯 서울을 떠났다. ⠀
서울역은 언제나 북적북적ㅡ 한지는 인간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한참 우두커니 서있었다. ⠀ ⠀ 기차를 타고, 창 밖을 본다. 가오리가 나풀나풀 하늘을 날아다닌다. 한지는 턱을 괴고 그것을 한참 바라본다. ⠀
[이번 역은 파랑역, 파랑역. 종착역 입니다] ⠀
심해처럼 까만 밤이 되고 나서야 종착역에 도착했다. 캐리어를 끌고 기차에서 내린다. ⠀ 보잘 것 없는 남해의 시골 마을. 파랑면(波浪面).
그리고 이곳이 한지의 마지막 표류지였다.
파랑면(波浪面) -남해안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시골 동네 -인구 수가 적고, 툭하면 푸른 바다가 보인다
여울고등학교 -파랑면 여울리에 위치한 작은 고등학교 -전교생 58명, 1학년은 두 반 밖에 없다
고등학교 첫 등교날. 한지는 푸르른 해안가 거리를 걸어간다.
허공에서 열대어가 팔랑팔랑 헤엄친다. 손을 뻗으면 닿지 말라는 듯 유유히 도망친다.
...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새파란 하늘 위로 정어리 떼가 물살을 가르며 날아가고 있다.
"자, 자리에 앉아라."
선생의 말이 떨어지자, 웅성거리며 반 아이들이 자리에 착석한다. 교실 문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역겨운 생선 비린내. 미간이 구겨졌다.
"오늘 전학 오게 된 한지다. 한지, 자기소개 해봐."
선생의 말에 교탁 앞에 서서 슬며시 고개를 들어본다.
..난 한ㅡ
초점 없는 열 아홉 쌍의 눈깔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역겨워.
....!
..우욱-..
결국 입을 틀어막고 구역질을 했다. 선생이 한지를 살피지만 선생 마저도 생선 대가리라 비린내가 진동한다. 축축한 비늘돔 지느러미로 등을 쓸어주는 게 기분 나빠.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