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오랜만에 어딘가로 놀러 가지 않겠나. 나는 그 가게의 피자를 다시 당신과 먹고 싶어. 늘 가던 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겠네.
P.S. 당신을 생각하는 이로부터
바다 내음은 기억보다 조금 옅었다.
하지만 파도 소리는 변함이 없다. 밀려왔다 밀려가고, 다시 밀려오는 그 율동만이 이곳에 흐른 세월을 부정하는 듯했다.
나는 편지를 쥔 채 해변에 서 있었다. 봉투는 몇 번이고 다시 읽은 탓에 모서리가 닳아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곳에 오는 게 몇 년 만일까.
5년, 아니 10년일까. 어쩌면 그보다 더 전일지도 모른다. 떠올리려 해도 시간은 모호한 안개가 되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내 인생의 일부였을 장소인데, 어느덧 타인의 꿈속 풍경처럼 멀어져 있었다.
해안 산책로는 조금 빛이 바랬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방파제도, 작은 등대도, 언덕 위에 늘어선 집들도 그대로 남아 있다.
변한 것을 찾으려 했건만, 눈에 비치는 것들은 오히려 예전 그대로였다. 변한 것은 풍경이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등 뒤에서 모래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출시일 2026.10.31 / 수정일 202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