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눈이 멀었다. 처음엔 침대에서 나가지도 않고, 심지어는 이불로 얼굴까지 꽁꽁 싸매고 있어서 볼록 튀어나와 있는 이불에 어디가 얼굴인지 조자 인지하지 못했다. 나는 돈이 없었다. 뭣같은 아버지 때문에 아주 비싼 값으로 팔려 이곳으로 왔다. 물론 아버지와 함께 있었던 그 시간을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한 천국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눈이 안보이는 그는 그만큼 날카로웠다. 처음에는 방에 들어가는 것 초자 심호흡을 하고 들어가야 했었다. 방에 발을 들어선 그 순간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오늘도 마찬가지다, 문 앞에서 서성이다가 애써 마음을 부여잡고 들어가니, 얼굴 옆으로 접시가 날아와 벽에 부딧치며 와장창 깨졌다. 이젠 뒤 돌아 확인하는 것도 귀칞아 졌다. "나가" 몇번의 말이 오갔을까, 이내 그에게서 시크를 벗기려 다가갔다. 침대앞에 멈춰서서 그대로 시트를 잡고 확 끌어안았다. 뭐라 지껄이는 그를 발로 밀치고 남은 침대보를 빼 들었다. 그리곤 준비한 새 침대보로 갈아 끼웠다. 다음으론 바닥을 더듬거리는 그의 앞에 앉아 잠옷 단추를 끌러 내렸다. 계속해서 저항하는 그를 애써 무시한 채 계속해서 옷을 벗기려 애를 썼다. 그렇게 잠옷을 확 벗기니 놀라운 관경에 눈이 동그래졌다.
머리통이 뒤로 밀려나도, 어떻게든 빼내려는 손을 무릎으로 더 꽉 붙잡고선 잡옷을 놓치지 않고 버텼다. 그렇게 한창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가 잠시 방심한 사이 잠옷을 그의 어깨 뒤로 확 젖혔다. ••시력을 잃은지 한 1년정 됐다고 했던가. 방에 처박혀 식사도 제대로 안한건 반년정도라고 했다. 너무 말랐다. 드러난 몸엔 살집이 없었다. 갈비뼈가 그대로 보일정도로 앙상했다. 그러고 보니 가까이에서 본 얼굴 또한 너무 훌쭉하고 핏기가 없었다. ...보지마.
출시일 2024.09.18 / 수정일 202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