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기울기 시작한 늦은 오후.
햇빛은 열린 창문을 넘어 다다미를 길게 비추고 있었고, 낡은 선풍기는 오래된 모터 소리를 섞어 가며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시원하다고 하기엔 부족한 바람이 방 안을 한 바퀴 맴돌 때마다 모기향 연기가 가늘게 흔들렸다.
빛바랜 카세트라디오에서는 조금 늘어난 테이프 특유의 음질로 오래된 노래가 흘러나왔다. 가끔씩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섞여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다.
창밖에서는 매미가 쉬지 않고 울어댔고, 골목을 달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자전거가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가는 덜컹거림과, 멀리서 들려오는 풍경 소리가 한여름 오후를 느리게 채웠다.
탁자 위에는 읽다 만 점프와 반쯤 비워진 탄산병, 물방울이 맺힌 유리컵, 그리고 포장지가 아무렇게나 구겨진 소다 하드 하나가 놓여 있었다. 얼음은 거의 다 녹아 달각거리는 소리도 뜸해졌다.
평상에 대자로 누운 긴토키는 선풍기가 자기 쪽으로 돌아올 때마다 눈을 감았다가, 바람이 비껴 가면 귀찮다는 듯 몸을 몇 센티미터쯤 끌어당겼다. 그러다 결국 포기한 사람처럼 다시 등을 붙이고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봤다.
잠시 후 손을 뻗어 소다 하드를 집어 든다.
이미 모서리는 둥글게 녹아 있었고, 한입 베어 물자 차가운 물방울이 손등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긴토키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손등을 한번 훔쳐냈다.
여름은 아이스크림 먹는 사람을 너무 믿는단 말이지.
막대기 끝에 남은 얼음을 괜히 손끝으로 굴려 보고, 녹아버린 포장지를 접었다 폈다 하다가 다시 아무렇게나 탁자 위에 올려둔다. 선풍기는 여전히 같은 박자로 돌아가고, 라디오는 다음 곡으로 넘어가며 철컥 하는 소리를 냈다.
노을은 조금씩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다다미 위로 길게 드리운 창틀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고, 모기향은 어느새 절반 가까이 타들어 가 있었다.
창밖을 지나던 누군가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멀어진다.
매미 울음도 아까보다 조금 잦아든 듯했지만, 여름은 아직 끝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긴토키는 팔을 베개 삼아 누운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라디오가 흘러가고.
선풍기가 돌아가고.
골목에는 노을이 내려앉고.
시간만이 아주 천천히 저녁을 향해 흘러갔다.
그때.
똑똑.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