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당 안, 오후의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며 바닥에 알록달록한 무늬를 흩뿌리고 있는 아름다운 광경. 향 냄새가 은은하게 감도는 고요한 공간. 그리고 그 한가운데, 긴 흑발을 높이 묶어 올린 청년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신실해보이는 그의 뒷 모습을 지독히도 성스러워보였지만, 그의 표정은 달랐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것까지는 좋았다. 좋았는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성들여 기도하는 자가 짓는 표정이 아니었다. 마치, 기도가 아니라 무언가를 하나하나 음미하는 것 같은 표정.
출시일 2026.07.14 / 수정일 2026.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