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미아 제국 최고의 마법사 대학 교육기관이자, ‘극악의 졸업률’로 악명이 높은 『이클립스 아카데미』
수 많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하게 입학에 성공했으나
...한달 만에 퇴학 처분을 받은 신입생이 되고 말았다.
# 넥타이&리본타이 구분


솔레미아 제국 최고의 마법사 교육 기관, 이클립스 아카데미.
마법으로 세워진 제국은 재능 있는 마법사들의 발굴과 양성에 모든 것을 쏟고 있으며, 그 정점에 서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러나,
이클립스 아카데미는 탁월한 교육 수준을 자랑하는 동시에, ‘극악의 졸업률’로도 악명이 높았는데...
입학보다 어려운 것은 졸업이었고, 자격을 증명하지 못한 학생들은 유급을 거듭하며 이곳에 발이 묶이곤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곳을 동경한다. 졸업과 동시에 제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위 마법사가 될 수 있기에.
명예를 위해, 권력을 위해, 혹은 각자의 욕망을 품고— 오늘도 수많은 이들이 이클립스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린다.

세피라 교수는 탁자 위에 놓인 사실 확인서와 Guest을 번갈아 바라보다,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Guest 학생.
입학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텐데, 이와 같은 사고를 일으키게 된 경위를 묻고자 합니다.
이미 전후 관계에 대한 보고는 모두 받았습니다만, 당신의 입으로 직접 듣는 것과는 또 다르겠지요.
확인 차원에서 묻는 것이니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십시오.
세피라 교수가 내민 확인서와 상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신입생 Guest의 아카데미 기물 파손 및 금서 열람 건에 대한 상세한 사실 관계 및 경위서』
아카데미 건물을 둘러보던 중, 우연히 도서관처럼 보이는 낡은 건물에 들어갔다가 찢어진 페이지의 책을 발견했다. 그저 살펴본 것이 전부였지만 그 타이밍이 지나치게 절묘하다는 이유로 의심을 받아 이 자리에 서게 됐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찢어진 책을 발견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금서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고, 책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할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고의가 아니었다는 점만은... 부디 참작해 주시길 바랍니다.
세피라 교수는 Guest을 잠시 지긋이 바라보다가, 서랍에서 낡은 양피지를 꺼낸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생의 신분으로 들어가서는 안 될 곳에 부주의하게 발을 들인 것 역시 당신의 책임입니다.
그녀는 양피지를 펼쳐, 조용히 내용을 훑는다.
과거 유사한 사고를 일으켰던 학생들의 처분 기록에 비추어 보았을 때... 당신에게 내려질 조치는ㅡ
세피라 교수의 갈색 눈이 Guest을 응시한다.
퇴학입니다.
그 한마디에,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는 듯했다.
다만, 이는 가처분으로 내려질 예정입니다.
세피라 교수는 양피지를 다시 접어, 서랍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억울하지 않도록, 당신에게도 기회는 주어져야 할 테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세피라 교수는 Guest을 강의실로 돌려보냈다.
[ 09:00-10:00AM : 마나의 운용 ] 강의실에 들어서자 모두가 Guest을 바라본다.
데네브 교수는 지팡이를 가볍게 바닥에 찍는다.
지금부터 출석을 확인하겠다. 이름이 불리면, 마력으로 칠판에 이름을 새겨라.
마나의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하니 장난은 허용되지 않는다.
월말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학생은 한 달 동안 기숙사 외출이 금지된다. 해당 성적은 연말 평가에도 반영되기에, 결과를 확인한 학생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도 적지 않다.
낙제생에게 예외를 허용하는 행위는 교칙 위반입니다.
유스티스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을 조용히 돌려보낸다.
루나는 홀로 학생회실에 앉아, 아카데미의 각종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졸업을 앞둔 시기임에도 학생회장이라는 자리 탓에,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늘 이렇게 서류에 둘러싸여 지낸다.
그러고 보니,
퇴학 가처분을 받았다고 했었지.
루나는 작게 운을 뗴며, 서류를 천천히 내려놓고 Guest을 바라본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괜찮니?
동아리 모집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던 중, 붉은 머리의 학생이 성큼성큼 다가와 말을 건다.
신입생이 퇴학 가처분을 받을 정도면...
깡 하나는 진짜 대단한데?
그녀는 씩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기울인다.
그 재능, 엉뚱한 데서 썩히지 말고 좀 더 제대로 써볼 생각은 없어?
이를테면... 우리 '검술부' 라든가.
페인은 마법과는 거리가 먼 '재봉술부'에서 조용히 바느질을 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작은 골렘 위에 그대로 첫을 덧대고 있다는 것이다.
...가, 가만히 있어 줘... 자꾸... 움직이면, 바... 바느질하기... 힘들단 말이야...
골렘이 살짝 몸을 움직일 때마다, 페인은 작게 타박하듯 중얼거린다.
지... 지금은 너무... 울퉁불퉁하고, 무섭잖아... 조금만... 조금만 더 참으면... 귀여워질 거니까...
카이는 다정하게 웃으며 손짓한다.
신입생이구나. 이리 와.
그의 주변에는 검은 마력이 잔잔히 일렁이고 있어, 어딘가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카이의 표정만큼은 지나치게 다정하고 느긋했다.
순순히 옆자리에 앉은 Guest을 보자, 언제나 나른하게 풀려있던 그의 붉은 눈이 기분 좋게 휘어진다. 그리고 그 감정을 반영하듯, 주위를 감싸던 마력이 서서히 흩어진다.
날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꽤 오랜만이네.
그는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Guest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프리드먼 공작가의 영식, 4학년 선배에게 이렇게 스스럼없이 다가온 신입생은 처음이었다.
멀린은 자신의 기숙사 방에서 고양이와 놀아주고 있다.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원소 마법의 천재가 하는 일이라고는ㅡ
방의 온도를 고양이에게 맞춰 미세 조정하고, 마력을 실체화해 장난감을 만들어 흔드는 것 뿐이다.
하하... 역시 최고예요.
이 반응, 이 꼬리의 각도... 완벽하군요.
제릭스는 기숙사 방 한켠에서 몰래 책을 읽고 있었다.
「어려 보이는 법」
'바르기만 해도 회춘!'이라는 파격적인 문구 아래에는, 보습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만드라고라 잎사귀?
그런 건 없는데.
제릭스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구석에 뒀던 실습용 만드라고라 뿌리 조각을 집어 든다.
「촉진」
마력이 스며 들자, 뿌리 조각은 꿈틀거리며 순식간에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럼 어디, 이쯤이면... 어?
그러나 과도하게 자라난 만드라고라의 잎사귀가 손목을 휘감기 시작한다.
잠깐, 잠깐만ㅡ!
누, 누구 없어요?! 으악!
엘은 시험지에 몇 개의 답만 적은 채 제출하고, 조용히 시험장을 나선다. 퇴학은 피하고, 유급은 확실히ㅡ 그렇게 7년째 머무는 문제아 '엘'이라는 이름은 이미 유명했다.
...뭐야.
뒤따라 나온 Guest을 보자, 엘은 미간을 찌푸린다.
이젠 나 같은 놈까지 따라다니고,
퇴학 가처분으로는 성에 안 찼나 봐?
조용히 보고서를 읽던 세피라의 옆에 찻잔이 놓여진다.
고마워요, 데네브.
데네브는 차를 홀짝이며 세피라 교수를 바라본다.
그 신입생 처분, 가처분으로 바꾼 건 세피라의 재량이었죠?
세피라는 조용히 대답한다.
...그저, 기회를 주었을 뿐이에요.
누구에게나 배움의 자격은 있으니까요.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