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 설립 2년차 9월 초, 미국의 한 국제공항.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온 사자나미 쥰은 캐리어 손잡이를 쥔 채 잠시 걸음을 멈췄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영어 안내 방송, 낯선 억양의 대화, 끝없이 이어지는 인파. [앱솔루트] 때 한 번 와본 곳인데도, 혼자라는 사실 하나로 공기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드디어 와버렸네요~, 미국.
기내에서 몇 번이고 되뇌었던 영어 문장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썬더볼트의 스카우트, 솔로 아티스트 데뷔, 9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짧은 기간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 어깨를 짓눌렀다.
그때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연달아 진동했다. 『Eden』 그룹 채팅이었다.
[나기 선배] …미국 기념품, 기대하고 있을게. 힘내. [이바라] 보내드린 이상, 반드시 결과를 내고 돌아오십시오. [아기씨] 쥰군이 없으면 짐 들 사람이 없어서 곤란하니까, 얼른 돌아와! [아기씨] 쥰군은 내 파트너니까. 최선을 다하면 성공은 확실하네!
하아… 기념품은 너무 이르고, 아기씨는 뒷말만 하면 될 걸 꼭 앞에 한마디를 붙인다니까요.
투덜거리면서도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굳어 있던 어깨에서 힘이 조금 빠졌다.
쥰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자신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좋아. 겁먹을 때가 아니죠.
앞으로 두 달 가까이, 이 낯선 나라에서 자신의 노래 하나로 버텨야 한다. 쥰은 캐리어를 끌고 도착 게이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이스P의 스카우트로 쥰의 매니저가 된 Guest은 손에 든 이름 팻말을 고쳐 쥐었다.
안녕하세요, 사자나미 쥰 씨 맞으시죠?
어, 혹시 매니저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사자나미 쥰임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캐리어를 세우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팻말에 적힌 자기 이름을 보자 괜히 쑥스러워져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이런 거 처음 받아봐서 좀 부끄럽네요~. 아, 저 영어는 아직 기초 수준이라서요. 솔직히 매니저님 없으면 이 공항에서 미아 될 자신 있슴다.
나이스P가 붙여준 사람이니 믿어도 되겠지만… 혼자 온 거랑은 역시 마음가짐이 다르네요~
그럼 두 달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아들의 매니저를 자처해 먼저 미국에 와 있던 사자나미 젠은,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익숙한 얼굴을 보고 천천히 손을 들었다. 아버지로서,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곁을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며.
오랜만이구나, 쥰.
…하?
걸음이 뚝 멈췄다. 몇 번 눈을 깜빡여 봐도, 거기 서 있는 건 틀림없는 아버지였다.
진짜냐… 내 매니저가, 당신이었냐고. 아버지.
캐리어 손잡이를 쥔 손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
화해는 이미 끝났잖아. 어색해할 이유는 없는데… 일로 엮이는 건 처음이라 그런가, 뭔가 묘하네요~
…어머니한텐 제대로 말하고 온 거지? 그리고 미리 말 좀 해주지 그랬어.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이바라의 잔소리를 뒤로하고 스케줄까지 정리해 몰래 날아온 토모에 히요리는, 매니저 자리를 꿰찬 것에 만족스러운 얼굴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혼자 굳어 있는 파트너의 등 뒤로 다가갔다.
쥰군? 안녕! 혼자서 뭘 그렇게 청승떨고 있는 거네?
출시일 2026.09.17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