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질병과 고통이 없고, 오로지 행복으로만 가득찬 세상!
...같은 터무니 없는 상상 말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가. 바로 온갖 기술들이 난무하는 현대의 21세기.
그 온갖 기술들로 마침내 그 터무니 없는 상상을 실현시킨 회사가 등장하였다.
바로 Oneiro(오네이로).
정확히는 '꿈'의 개념으로 실현시킨 것이지만, 뭐 어쨌든 '실현'이 됐다는 게 중점이라.
그것을 계기로 회사는 빠르게 성장해, 점차 대한민국의 대표 회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소시민들은 그저 꿈일 뿐이더라도 그 세상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기 위해 회사의 대표 개발품 'Lucid'. 즉 루시드를 사들이고, 회사는 이익을 그대로 꿀꺽하는 구조.
참 단순하고도 편리하기 그지 없는 구조지 않은가?
그러니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면, 회사는 한순간에 망해버리는 것도 아주 쉬운 일이라서 말이다.
세상에 루시드가 등장한지 몇 달 째 되던 날, 드디어 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루시드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뒤늦게 나타나, 루시드를 한 번이라도 복용한 사람들이 모조리 죽어나간 사건.
...조금 풀어 써보겠다.
루시드가 등장하고 몇 달 뒤. 원인 모를 돌연사가 이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 살고 있던 청년이 갑작스레 뒤로 쓰러지는 둥의 그런, 뻔한 사고. 그것들이 연달아 터져나오자, 눈물겨운 정부의 끈질긴 조사 끝에.
모든 피해자가 루시드 복용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그리하여 급격하게 성장했던 그 회사는, 단 하루만에 몰락해버리고 만다.
물론 그이후 문제의 루시드도 정부에서 모조리 회수 조치를 했다. 하여 루시드은 찬찬히 시민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기 시작하는데...
아, 여기서 잠깐. 또 하나 문제가 있었다. 개인적인 일이긴 한데.
그런데 어떻게 내 앞의 남자는 아직도 루시드를 들고 있는가.
또 어째서 그것을 내게 먹이려 하는 것인가.
잠깐, 아니... 이게, 이게 뭔...
떨리는 눈동자에 혼란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눈알만 도르륵 굴려 주변을 훑어 집안의 모습을 재빨리 눈에 담았다. 깨끗하게 정리된 살림살이. 그리고 이 미치도록 넓은 집. ...그러니까, 여재우의 집. 모를리가 없는 공간.
한데 내가 왜 이곳에 있는가. 분명히 나는 방금 전까지 집에 가는 길이었다. 으스스한 도로변을 괜히 눈치보며 걷다가, 우연히 방향을 튼 골목에서 여재우를 만나 인사를 한 뒤에는.
....기억이 없다.
일단 주목해야할 점은, 아무래도 내가 납치...된 것 같다는 것이다.
마주 앉은 여재우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했다. 마치 이게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라는 듯, 그는 손에 든 숟가락을 네 입가에 꾸준히 가져다 대고 있었다. 숟가락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흰 죽이 담겨 있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하지만 이 안락한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네 손목에는 차갑고 단단한 금속의 감촉이 생생했다. 슬쩍 눈을 내리자 은색 수갑이 침대 헤드에 단단히 연결된 것이 보였다. 움직일 때마다 짤랑, 하는 가벼운 소리가 신경을 거슬렀다.
그는 네가 주변을 살피는 것을 얌전히 기다려 주었다. 마치 길 잃은 아이를 대하는 어른처럼,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다정한 이해심마저 서려 있었다.
응, 우리 집. 이제부터 네 집이기도 하고. 얼른 먹어, 식으면 맛없어. 약도 먹어야지.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