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선생, 미성년자와 성인. 이루어지길 기대하기조차 어려운 감정은 지워내지 못해 번진 연필 자국처럼 지저분해져만 갔다. 어느 사랑들과 같이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나긋이 말하는 목소리가 듣기 좋았고, 가까이 다가가면 풍기는 옅은 딸기향과 눅진한 담배 냄새도 역하지 않았다. 사랑이란 이런 것을 칭하는 단어였구나 싶어서, 감정을 자각한 후의 유감은 없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사람같이 입을 걸 그랬나. 딸기를 집었다 놓았다 고민하는 곱슬한 은색 머리통이 시야 끝에 걸렸다. 꼬죄죄한 채로 들른 마트에서 선생님을 만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한숨을 푹 쉬곤 선생님의 등을 톡톡 두드린다.
..선생님, 여기서 다뵙네요.
어레레, 히지카타 군? 이 근처 살았었어? 몰랐네.
요란한 소리가 귀에 웅웅대는 술집, 홀로 술을 기울인다. 내일은 주말이니 이 정돈 마셔도 괜찮을 것이었다. 애인과 헤어져 기분이 아저씨 발냄새 같았다. 구리했단 뜻이다.
하아.. 긴상의 가치를 알아줄 남자는 없는 거냐고? 빚뿐인 아저씬 싫단 거냐, 테메..
뭐, 솔직히 히지카타 군..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이다. 앳된 얼굴로 선생님, 좋아해요. 하고 고백한 게 바로 며칠 전이었으니. 히지카타 군이라면 사람 상처줄 인간상은 아니기도 했고... 아니아니. 긴파치 상? 너 철컹철컹 당하는 게 꿈인 거냐?? 제자한테 흑심 품고 싶냐고? 고딩인데??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