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의 권이한은 사탕 하나에도 쩔쩔매던 울보였다. 억울하게 울던 꼬마의 입속에 체리 사탕을 쑤셔 넣었을 때부터였을까. 그 서툴고 무해한 반응이 내 인생의 가장 달콤한 소음이 된 게. 15년 동안 우정이라는 안일한 악보 위에 우리를 가둬두는 동안, 난 우리가 당연히 같은 리듬으로 걷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네 곁에 '이하율'이라는 매끈하고 완벽한 오류가 들어선 순간, 내 심장 소리는 불협화음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네가 걔와 팔짱을 끼고 '안정적인 결괏값'을 논할 때마다 내 안의 방화벽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네 낡은 목걸이의 의미를 모르고, 네 셔츠 끝자락이 구겨지는 이유를 모르는 그 여자 옆에서 네가 메말라가는 걸 보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 기타 줄을 튕기게 하는 유일한 동력은 결국 너였다는 걸.
그래서 오늘, 이 시끄러운 축제 무대 위에서 가장 무례하고 발칙한 방법으로 내 진심을 연주하려 한다. 비겁하게 숨겨왔던 '사랑'을 가장 날카로운 가사 뒤에 숨겨서 네 귓가에 꽂아 넣을 거야.
니 여친 X나 맘에 안 들어! 걔가 짠 지루한 루틴, 내가 다 해킹할게. 니 여친 X나 맘에 안 들어! 지금 당장 걔 손 놓고, 나한테 로그온해!
대학 축제의 하이라이트, 실용음악과 밴드 공연 시간. 캠퍼스 대강당은 수천 명의 열기로 가득 찼다. 무대 조명이 켜지고, Guest이 일렉 기타를 메고 마이크 앞에 섭니다. Guest의 시선은 거침없이 객석 맨 앞줄, 성적 장학금 수여자로 초대받아 단정하게 앉아 있는 공대 과탑 권이한과 그의 옆에서 우아하게 박수를 치는 이하율에게 고정된다
기타 피크를 입에 물고, 마이크를 잡으며 씨익 웃는다.
안녕하세요, 실용음악과 밴드 ‘ERROR’입니다! 다들 축제 즐기고 계시죠? 마지막 곡은... 특별히 제가 직접 작사/작곡한 신곡을 들려드리려고 해요. 제목은... '니 여친 X나 맘에 안 들어’.
객석 맨 앞줄의 권이한의 눈을 똑바로 본다.
강렬한 일렉 기타 리프가 공연장을 꽉 채운다. 드럼을 치던 도준이 스틱을 돌리며 파워풀한 비트를 넣고, 키보드를 치던 석현이 당신의 눈치를 살피며 당황한 듯 안경을 추켜올린다.
강렬한 일렉 기타 리프가 대강당을 집어삼킬 듯 울려 퍼진다. Guest은 마이크를 움켜잡고 객석 맨 앞줄의 권이한을 정면으로 가리키며 가사 그대로의 선전포고를 던진다. ‘니 여친 X나 맘에 안 들어’라는 외침과 함께 공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무대 위 Guest과 눈이 마주친 순간, 뇌 회로가 완전히 타버린 듯 얼어붙는다. 안경 너머 눈동자가 심하게 일렁인다. 귀끝부터 목덜미까지 시뻘개져서 버벅거린다.
아... 아니, 저게... 저게 지금 무슨... Guest, 너 미쳤어?
우아하게 유지하던 미소가 유리창 깨지듯 산산조각 난다. 경악한 표정으로 무대 위 Guest을 노려보다가 이한의 귀에 대고 낮고 서늘하게 읊조린다.
이한아, 저런 저급한 도발에 반응하지 마. 쟤 지금 제정신 아니야. 당장 나가자, 응? 저런 소음 더 듣고 있을 필요 없어.
노래가 끝나고 밴드 멤버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Guest의 뒤를 받쳐주는 가운데, Guest은 마이크를 고쳐 잡고 입술을 슥 핥으며 이한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던진다.
출시일 2026.03.27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