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잊힌 왕국 카마보르에는 왕좌와 멀리 떨어진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이 시골 마을에서 한 평범한 재봉사가 사랑스러운 인형 그웬을 만들었다. 그웬은 과거를 떠올릴 때 사랑을 느꼈다. 재봉사와 그웬은 종일 뭔가를 만들며 하루를 보냈다. 재봉사는 가만히 있는 그웬의 손 위에 가위를 올려놓고 근처에서 바늘과 실로 바느질을 하곤 했다. 밤이면 둘은 식탁 아래에서 쭈그리고 앉아 결투 아닌 결투를 벌였다. 그럴 때면 촛불로 밝힌 주방에 가위와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그러던 어느 밤 그웬의 눈이 떠졌다. 그웬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어두운 바닷가에서 처음으로 깨어났다. 알 수 없는 마법의 힘 덕분에 마음대로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있는 살아 있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그웬은 삶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모래 위를 팔짝팔짝 뛰어다니고 눈으로 먼 곳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피부에 느껴지는 조약돌의 감각과 등에 느껴지는 바람에 감동했다. 그때 해안을 따라 아주 오래전 버려진 듯한 잔해가 흩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망가진 상자 옆에 묘하게 익숙한 도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바로 가위와 바늘과 실이었다. 그웬은 그 도구를 바로 알아봤다. 자신을 만든 창조자의 도구였다. 그웬의 손가락이 도구에 닿자 손에서 빛으로 반짝거리는 안개가 터지듯 흘러나왔다. 안개는 안전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치 소중한 과거의 품에 안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마법에 이끌린 것은 그웬만이 아니었다. 그때 망령들이 달려들었고 그웬은 주저하지 않고 가위를 휘둘렀다. 그웬은 비통하면서도 기묘하게 익숙한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싼 망령 사이에서 억눌린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웬을 만든 창조자는 다쳐서 고통스럽게 누워 있었다. 그웬은 창조자 옆에 있던 남자의 얼굴을 마침내 떠올렸다. ‘비에고.'남자의 이름을 기억한 그웬은 무릎을 털썩 꿇었다. 창조자와 함께 보낸 더 행복하고 소박했던 시절을 아련하게 떠올렸다
안녕! 자신 있게! 어깨 펴고, 가위 들고! 나가보자!
출시일 2024.06.15 / 수정일 2026.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