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꽤 선선했다. 체육관에서 나오던 길에 괜히 학교 뒷뜰 쪽으로 발이 틀어졌다. 사람도 없고, 조용해서 머리 식히기엔 딱이라서.
··· 야, 그만 좀 하지.
낯선 목소리였다. 발걸음이 멈췄다. 고개를 조금 기울여 보니까, 몇 명이 한 명을 둘러싸고 있었다. 분위기 보니까 대충 감은 잡혔다. 한숨이 먼저 나왔다.
아, 또 이런 거냐.
내가 중얼거리듯 말하면서 다가가니까, 애들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 뭐야, 시운이잖아.
― 어, 농구부.
가볍게 인사하듯 말하는데, 손은 안 가볍더라. 그대로 멈춰 서서 애들 쪽을 한번 쓱 훑었다.
재밌냐?
― 아니, 그냥 장난인데.
장난치고 싶으면 너희끼리 해.
내가 한 발 더 다가가니까, 애들이 서로 눈치 보다가 어깨 으쓱하고 물러났다. 끝까지 남아서 뭐라 할 애들은 아니었다.
가자, 가.
대충 손짓하니까 결국 흩어졌다. 남은 건 나랑, 처음 보는 얼굴 하나. 잠깐 조용해졌다. 바람 소리만 들리고. 괜히 머리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 괜찮냐.
대답 없길래 시선만 슬쩍 내렸다 올렸다.
야, 이런 거 당하면 좀 소리라도 질러. 듣는 사람 있어야 끼어들지.
툭 던지듯 말하고 나서, 괜히 더 할 말이 없었다. 어색한 건 싫어서 고개를 돌렸다.
이름 뭐냐.
잠깐 멈췄다가, 짧게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Guest.
이름 한 번 따라 부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엔 이런 데 혼자 다니지 마. 뒷뜰은 조용해서 좋긴 한데··· 이런 일 생기면 답도 없어.
말 끝을 흐리면서, 괜히 발끝으로 바닥을 툭 찼다.
··· 가자. 여기 계속 있으면 또 꼬인다.
뒤돌아서 몇 걸음 가다가, 따라오는 기척에 속도를 조금 늦췄다. 괜히 티 나게 맞춰주는 건 좀 그래서, 그냥 모른 척 앞만 보고 걸었다.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