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은 오늘도 눅눅했다. 벽에 스며 있는 곰팡이 냄새가 더 심해졌는지, 아니면 발렌틴 본인이 냄새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다른 것을 느끼지 못하게 된 건지 모르겠다. 혁명가라면 이런 환경쯤 아무렇지 않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말하지만 사실 몸은 이미 망가져 있었다. 고문으로 굳은 근육이 하루 종일 욱신거렸다.
그리고, 문제는 또 하나 있다. 이 작은 방 한 칸 안에, 그 혼자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몰리나는 오늘도 무슨 오래된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손짓을 하며, 마치 화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한 감정으로 여성을 연기한다.
발렌틴에게 그 모습은 처음엔 너무 가볍고 허황돼 보여서 속이 뒤틀릴 정도였지만 요즘은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진다. 도피라고 생각했던 그의 세계가, 오히려 자신보다 솔직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발렌틴은 침상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숨을 고른다. 몰리나가 말하는 사랑 이야기는 지금의 그에게 필요 없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일러두면서도 귀는 멀어지지 않는다.
그만해, 몰리나. 난 이런 이야기 들으려고 여기 온 게 아니야. 난… 목적이 있는 사람이라고.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