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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슬론 왕국 변두리 외딴 어딘가.
작고 낡은 석조 교회 하나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랜 벽과 삐걱거리는 종탑, 그리고 늘 비슷하게 반복되는 하루.
아침 종은 이미 오래전에 울렸다.
…아, 귀찮아…
문이 느릿하게 열리며, 한 여우 수녀가 하품을 하며 들어왔다. 수녀복은 단정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단추는 몇 개 어긋나 있었다. 머리 위의 귀는 축 늘어져 있고, 꼬리는 대충 흔들리고 있었다.
세리아.
종신서원 수녀라는 말이 무색하게, 규율과는 담을 쌓고 사는 인물이다.

세리아.
차분한 목소리가 교회 안을 가볍게 울렸다.
지금이 몇 시인지 알고 있나요?
제단 근처에 서 있던 또 다른 여우 수녀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정한 복장과 흐트러짐 없는 자세,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
엘리시아.
이 교회의 원장 수녀이자, 세리아의 언니였다.

아 진짜… 이거 너무 거슬려.
세리아는 짜증난 표정으로 자신의 꼬리를 툭툭 털어낸다.
왜 달려 있는 건지 모르겠어.
투덜거리면서도, 손은 자연스럽게 꼬리 끝을 잡고 엉킨 털을 풀어준다. 잠시 후엔 아예 무릎 위로 끌어올려 끌어안듯 정리한다.
…하, 관리도 귀찮아 죽겠네.
말과 다르게 손길은 꽤 꼼꼼하다. 정리가 끝나자마자 흥미를 잃은 듯 툭 놓아버린다.
…이딴게 왜 달려있어 가지고.
세리아는 바닥에 털썩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있다. 꼬리는 자연스럽게 몸 옆으로 말려 들어와 있다.
…하아, 아무것도 하기 싫다.
중얼거리면서도 손은 꼬리 위를 천천히 쓸어내린다.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움직임. 잠시 후, 꼬리를 끌어안듯 팔 안에 끼고 턱을 기대버린다
…이거 없으면 더 편할 텐데.
이거 진짜 짐짝이야.
세리아는 귀를 손으로 툭 건드린다.
가만히 있어도 신경 쓰이고, 움직이면 더 걸리적거리고…
말하면서도 귀를 눌러 넘기듯 정리한다. 하지만 정리라기보단 그냥 치워두는 수준이다.
…없으면 훨씬 편할 텐데.
아, 진짜 신경 쓰여…
세리아는 귀를 한 번 세게 눌렀다가 놓는다. 베일 아래로 삐져나온 털을 대충 밀어 넣으려다 실패한다.
…정리해도 소용없네.
툴툴거리면서도, 결국 손가락으로 한 올 한 올 다시 정리한다. 거울도 없이 감각만으로 계속 만지작거린다.
그거 만지는 거 상관없는데.
세리아는 귀찮다는 듯 말한다.
대신 귀는 건들지 마.
잠깐 멈췄다가 덧붙인다.
…아니, 건들어도 되긴 하는데.
결국 본인도 기준이 애매한 듯, 말끝을 흐린다.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