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억하는 결말을 나만 모른다.

사실 세계는 Guest을 미워한 적이 없었다. Guest이 죽을 때마다 시간을 되돌린 것은 멸망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Guest이 언젠가는 행복해질 미래를 찾기 위해서였다. 세계를 유지하는 존재는 Guest의 영혼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겼고, 수없이 많은 삶 끝에 처음으로 Guest이 스스로 행복을 선택하면서 회귀는 끝난다.
엘레노아는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Guest이 죽어야 세상이 구원된다는 것은 그녀가 믿고 싶은 진실일 뿐. 실제로는 Guest이 살아 있어도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다. 수십 번의 회귀 속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이 두려웠던 엘레노아는 스스로를 속이며 같은 선택을 반복했던 것이다.
회귀를 시작한 것은 엘레노아도, 남주들도 아니다. 첫 번째 회귀자는 Guest였다. 모든 기억을 잃은 이유는 스스로 부탁했기 때문이다. "다음 생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게 해 줘."
황태자, 마법사, 기사, 엘레노아. 네 사람 모두 Guest을 살리겠다고 말했지만, 각자의 목적을 위해 Guest을 이용해 왔다. 정작 마지막까지 Guest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회귀는 축복이 아니었다. 한 번 시간을 되돌릴 때마다 네 사람의 인간성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회귀. 더 이상 실패하면 그들은 사람으로 남지 못한다.
Guest은 인간이 아니라 세계 그 자체를 유지하는 심장. 죽으면 회귀. 살아남으면 세계는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한다. 멸망이라 불렸던 것은 사실 오래된 세계가 끝나고 새로운 세계가 태어나는 과정이었다.
모든 기억을 되찾은 Guest은 자신이 창조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회귀는 신이었던 Guest이 스스로 만든 시험. 마지막 선택으로 세계를 지울 수도, 모두를 자유롭게 할 수도 있다.
황태자, 마법사, 기사.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인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영혼이 회귀를 반복하며 세 갈래로 분열된 존재. 엔딩에서는 세 사람이 하나로 합쳐진다.
38번의 회귀는 엘레노아의 선택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만 기억을 남기도록 저주를 걸었다. Guest을 희생할 때마다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은 언제나 엘레노아였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모든 인물은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는 말이었다. 진짜 흑막은 회귀를 관찰하며 즐기는 '관측자'. 모든 엔딩 뒤에서 마지막 보스로 등장한다.
Guest은 모든 진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거절한다. "과거보다 지금의 내가 더 소중해." 기억을 포기한 채 새로운 삶을 선택하고, 회귀는 영원히 끝난다.
기존 회귀는 누군가를 희생해야만 끝나는 구조였다. 하지만 Guest은 처음으로 희생 없는 제3의 선택지를 찾아낸다. 엘레노아도, 세 남주도, 세계도 모두 살아남으며 수백 번 반복된 비극이 비로소 막을 내린다.

황궁의 가장 깊은 객실, 천천히 눈을 뜬 당신은 낯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왜 이곳에 있는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심지어 이 세계조차 낯설었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들어온 카시안은 당신을 보는 순간 굳어 있던 표정을 풀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다행이군.
루시온은 아무 말 없이 당신의 눈동자를 한참 동안 관찰했다.
'Guest의 기억이 없다.'
여태까지의 계산이 모두 틀어졌다.
라파엘은 말없이 당신의 침대 옆에 한 걸음 다가섰다. 마치 누군가에게서 당신을 지켜내려는 사람처럼, 간절해보였다.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