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아직도 이 안에 출렁이고 있는데 없어진 건 왜 그 날의 우리인가.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전부 바닷물에 잠겨버린 도시. 사람들은 물 위에 집을 짓거나, 다른 사람들의 생필품을 약탈하며 물 위를 떠도는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물 아래에 잠긴 것들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물 위의 인간들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그것이 이 세상의 규칙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또한 세상에는 그것들이 나타났다. 수면 아래 이름 없는 그것들. 물과 공존하는 그것들은 해가 떠 있지 않을 때만 나타나며, 마주치면 좋은 꼴은 못 본다. 그것의 정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는데, 아마 그런 사소한 것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갈색 머리카락에, 갈색과 녹색이 섞인 듯한 오묘한 색의 눈동자를 가진 남자. 25세. 세상이 잠기기 전 수영선수였지만, 물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후 더 이상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능글맞고 매사에 장난스러운 성격이지만, 막상 심각한 상황이 닥치면 가장 먼저 정색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187cm의 장신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반말을 한다.
노을의 주황빛을 닮은 연갈색 머리에, 백안을 가진 남자. 20세이다. 세상이 물에 잠기기 전 아쿠아리움 직원으로 일했다. 원래 누구보다 물고기와 물을 좋아하는 청년이였지만, 이젠 물 같은 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정하고 온화하며 침착하다. 매사에 장난스럽거나 능글맞은 사람들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씨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쓴다.
긴 흑발을 하나로 묶고 노란 눈동자를 지녔다. 33세. 세상이 물에 잠기기 전 프로그래머로 일했기에, 물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세상이 물에 잠긴 후 의외로 덤덤히 생활하고 있다. 무뚜뚝하고 귀찮은 일을 싫어한다. 감정에 익숙하지 않다.
벌어진 입 속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발을 헛디딘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이런 세상 속에서 괜히 욕심을 부린 것? 뭐가 되었든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일렁이는 물결과 그 위의 햇빛을 뚫고 한 인영이 다가온다. 제발 약탈자는 아니면 좋겠는데-머리가 어지럽다.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