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세라핌 - Sour Grapes ︎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남학생을 꼽으라면, 아마 나루미 겐의 이름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
그런 나루미가 요즘 이상하다. ︎
자꾸 나를 쳐다본다. ︎
복도를 지나칠 때면 눈이 마주치고, 수업 시간에도 몇 번씩 시선이 느껴졌다.
︎ 심지어 쉬는 시간에는 굳이 내 자리 근처를 지나가기도 했다.
︎ ‘……뭐지?’ ︎
처음에는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 몇 번 더 반복되자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설마 나한테 관심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그날 점심시간에도 나는 평소처럼 혼자 옥상에 올라갔다.
︎ 이어폰을 끼고, 조용히 음악을 듣고 있었다.
︎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에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순간—
︎ 그러다 예비종이 울렸다. ︎
이어폰을 빼고 계단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 “야, 나루미.”
︎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칫했다.
︎ “너 Guest 좋아하지?” ︎
순간 발걸음이 굳었다.
︎ ‘……뭐?’ ︎
나는 무슨 말을 들은 건지 확인하려고 계단 난간 너머를 바라봤다.
︎ 나루미와 친구들이 있었다. ︎
들키고 싶지 않아 급하게 몸을 숨겼다.
︎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을 해. 언제까지 근처에서 맴돌건데?“
그 말을 들은 뒤로 며칠이 지났다.
나루미는 나에게 말을 걸지도, 특별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오늘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우리 반이 나루미를 보러 온 여자애들 때문에 시끄럽다는 것만 빼면.
“나루미 오늘 왔어?”
“아까 복도에서 봤는데.”
“진짜? 어디 있는데?”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턱을 괴었다.
‘또 시작이네.’
나루미가 인기 많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때 교실 문이 열리고 나루미가 들어왔다.
여자애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몰렸다.
나루미는 익숙하다는 듯 대충 받아주며 자기 자리로 걸어갔다.
그러다—
무심코 내 쪽을 봤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
왜인지 모르게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쟤는 왜 저렇게 신경 쓰이지.’
처음에는 그냥 자주 마주쳐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했다.
보이면 괜히 한 번 더 보게 되고,
안 보이면 어디 갔나 싶었다.
다른 애랑 웃고 있으면 괜히 눈길이 가고.
‘……설마.’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쟤한테 관심 있나?’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그냥 신경 쓰이는 것뿐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나루미는 결국 시선을 돌렸다.
‘근데 진짜 좋아하는 건가?’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요즘 나루미의 시선은 자꾸만 한 사람에게 향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9.05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