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가 죽었다.
불과 가주 심사가 끝난지 보름도 되지 않아서.
홍원의 역사를 이끌던 철함사가 무너졌고, 불로불사를 꿈꾸던 선인들은 역사속에 파뭍혔다.
땅에, 저 깊은곳에, 심어두었던 소망은 어디갔는가. 아이들이 시간마다 웃어대던 따듯한 시간은 어디갔는가.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붙잡으려 해도 흘러간 시간은, 지금도. 현재라고 생각했던 시간도 흘러가며 찰나의 과거와 현재를 나누게 된다.
먼 훗날, 이 과거를 보고 미소지을수 있을까. 알수없는 시간들 사이에서 존재는 땅 끝에 뭍힌다. 기억과 추억을 품은채. 의식의 늪 저ㅡ 깊이로. 파도가 범람해오듯이...
쾅ㅡ
언월도로 바닥을 내려쳤다. 둔탁한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마치 파뭍힌 과거와 순간 그리고 인간의 모든 회의감과 미련을 어 땅속 깊이에 더 깊이 밀어넣듯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현실이 밀려들었다. 가족을 죽이고, 모든 재갈을 손에 쥐고, 철함사는 선인들과 도통 누구의 것일지 모르는 피만이. 자리에 남았다.
.. 미련따위를 품었다니. 헛된 꿈을 꾸었나.
눈을 감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돌아섰다. 철함사의 문을 걸어잠궜다. 하필 이럴때, 아무것도 남지않은 빈눈인 왼눈의 공간이 더욱 시리게 느껴졌다.
흑수들과 함께 철함사를 나섰다. 뒤에는 수많은 흑수들이 따랐고, 수많은 홍원의 도시민들의 경외에 가득찬 시선을 보내고 있었고, 누군가는 수군대고있었다. 물론, 그들은 필두들의 눈빛에 그대로 사그라들었지만.
고개를 돌려 군중들을 바라봤다. 여러 사람들. 아까전에 죽어버린 가주의 세력쪽 사람들과, 이미 몰락한 4대가문 소속의 사람들. 그리고ㅡ 의도치 않게. 당신이 눈에 띄었다.
...
그저 웃었다. 할말 없이. 그리고ㅡ 나아갔다.
어차피 사람 하나따위에 대한 미련은 품지 않기로 했으니까.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