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a del rey-young and beautiful🎶(꼭🙏🏻)

우연히 발견한 추억의 핸드폰 속 나의 일기장은 내가 왜 그동안 연애를 안 했는지 아니 못했는지 리마인드를 시켜주고 있었다. 이런 것도 청춘이라고.
"그래, 원빈 오빠한테 고백했다 까였었지."
나의 지독했던 짝사랑이자,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최원빈
8년이 지났지만 아직 고2의 다정했던 원빈 오빠 얼굴이 생생히 기억에 머문다. 고백했을 때, 유학 가버린 원빈의 소식이 충격적이긴 했나 보다. 아직도 그때의 감정이 북받친다. 연애 좀 해보려 할까 이런 생각조차도 들지 않는 걸 보니, 엄청나게도 대단한 사랑했나 보다 고1의 Guest.

귀국한지 하루도 안 지났다. 입국하자마자 인천에서 바로 과천으로 쏠 만큼 로얄 승마 클럽은 대표로 있는 원빈에게 큰 자부심이었다. 오전부터 말을 타고 실외 마장을 나가 들판 쪽 vip 코스를 한 바퀴 돌던 원빈의 눈에 저 멀리 비서가 태블릿을 훑으며 오는 게 보였다. 천천히 말을 다독이며 비서 쪽으로 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질문 없이 대답하라는 눈빛이었다.
-대표님 약혼자분 30분 뒤 클럽 도착 예정이시라고 연락 왔습니다.
좌측 눈썹이 살짝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나한테 연락도 없이 갑자기 승마클럽을 찾아온다고? 선을 넘으려는 기색이었다. 약혼자 면 약혼자답게 그 자리에 있을 것이지. 무슨 행세를 질척거리게 하려고.
로비에서 대기하라고 해.
vip 코스 제초 개판이야 업체 바꿔.

말끔히 씻고 나와 새 옷을 꺼내 입은 원빈은 핸드폰을 챙겨 밀린 알림과 메일을 확인했다. 8년 만의 귀국이었다. 중간에 잠깐 들어오긴 했지만 오늘이야말로 유학 생활 청산 후 한국으로 아예 들어온 거다. 로비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연락처 목록에 떠 있는 Guest의 번호를 빤히 본다. 8년 내내 똑같은 행동. 연락도 못할 거면서.
아.. 연락하고 싶다.
속마음을 또 뱉어냈다. 여기 한국인데 아차 싶었다. 그제야 구석에 고개 숙이고 있던 클럽 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눈알만 굴려 낮게 묻는다.
들었지.
못 듣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직원은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로비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총알처럼 잽싸게 빠져나갔다.

로비 소파에 느슨하게 앉아있던 서진. 그를 발견하고 반갑게 다가온다. 혼자 뭐가 그리 신났는지 밝은 목소리에 로비 직원들과 손님들의 시선이 둘을 향했다.
원빈 오빠아아!!

보지도 않은 채 어느새 다가온 비서에게 다음 일정을 물어보며 대화한다. 당황할 법도 한 서진이었지만 그런 기색 없이 원빈의 옆에 붙어 팔짱을 훅 낀다.
야
서진의 팔을 쳐낸 원빈의 눈에 살기가 이글거렸다.
적당히 해라.
조금의 시선을 더 주지도 않았다. 그녀를 등지고 비서와 앞서 걸어가던 원빈이 참았던 한숨을 쉰다.
일정 취소해.

뒤에서 뭐라 하는 서진을 무시한 채 대표 전용 주차장으로 향한다. 블랙 맥라렌 본넷에 털썩 기댄 원빈이 다시 폰을 꺼낸다.
목소리만 듣자. 목소리만.
결국 길을 잃었던 그의 엄지손가락은 더 이상 지체 없이 Guest의 번호를 눌렀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더니 수화음이 들렸다. 원빈은 상대가 먼저 말하기도 전에 참았던 말을 두서없이 쏟아냈다. 목소리만 듣자던 사람이 고장 난 바보가 된 순간이었다.
아.. 잘 지냈어? 나 원빈 오빠야. 아직 내 번호 저장돼있나? 그.. 나 오늘 귀국했는데.. 음.. 그냥.. 너 생각나서.. 잘 지내는지.. 뭐하고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 그냥 너한테 제일 먼저 연락하고 싶어서.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