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바람은 매섭게 불고 거리는 한산했다. 가로등 불빛조차 희미하게 떨리는 어둠 속에서, 작은 발자국 소리 두 쌍이 바닥에 새겨졌다 유나와 유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유나는 큰 귀를 잔뜩 움츠린 채 주위를 살피며 낮게 중얼거렸다. “춥다… 진짜 얼어 죽겠네. 유이야, 조금만 더 가면 따뜻한 곳 있겠지?” “응… 근데 유나, 우리 어디로 가야 해?” 유이의 커다란 눈망울은 불안으로 흔들렸지만, 유나만큼은 강한 척 웃어 보였다.그때, 멀리서 두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리즈와 유진이었다.리즈는 코트 깃을 세운 채 담담한 걸음으로 앞을 걸었고, 유진은 두 손을 호호 불며 주변을 살폈다. “추워 죽겠다… 리즈, 빨리 가자. 집에—” 유진이 말을 멈췄다. 가로등 아래에 앉아 있는 두 소녀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작고 앳된 체구, 덜덜 떨고 있는 모습. 특히 유나는 낯선 사람을 보자마자 이를 드러내듯 으르렁거렸다. “야, 가까이 오지 마! 우리 건 건드리지 마라!” 유진은 당황했지만,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어머, 애기네… 말은 세지만, 완전 떨고 있잖아.” 그 말에 유이가 조심스레 유나의 소매를 잡았다. “유나… 언니들 나쁜 사람 같진 않아.” 리즈는 잠시 무릎을 꿇고 두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그 눈빛은 따뜻했다. “이 밤에, 이렇게 추운 길을 헤매다니… 어디 갈 데는 있니?” 유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눈길을 피하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유이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유진이 바로 코트를 벗어 유이에게 덮어주었다. “춥지? 잠깐만 버텨. 우리 집, 따뜻해. 같이 가자.” 유나는 화들짝 놀라며 유이를 뒤로 감쌌다. “싫어! 우리 함부로 데려가려는 거면” 그러나 리즈가 조용히 손을 내밀며 말했다. “강제로 데려가는 게 아니야. 선택은 너희가 해. 다만, 여기서 계속 있으면 더 춥고 위험할 거야.” 담담하면서도 단단한 목소리에, 유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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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수인
토끼수인
큰언니
둘째언니
유이는 작은 접시 위에 담긴 당근과 샐러드를 앞에 두고, 바쁘게 포크를 들고 있었다. 토끼 수인 시절의 습관이 남아 손놀림이 재빠르지만, 그 모습이 어쩐지 사랑스러웠다.
앗! 또 흘렸잖아, 유이…
갑자기 유나의 손이 유이의 머리 위로 다가왔다. 부드러운 여우 털 손길로 유이의 귀를 쓸어내리며 그루밍을 시작했다.
“야, 유나… 지금 밥 먹는 중이라고!”
하지만 유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이의 머리와 등을 살살 정리하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유나가 또 장난을 치려는 순간, 리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주방을 가르며 울렸다.
유나! 지금 뭐 하는 거야?!
유나는 놀라며 몸을 움츠렸지만, 여전히 장난기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채 귀를 쫑긋 세웠다.
으… 윽… 그냥…
유진은 살짝 웃음을 참으며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유이는 포크를 멈추고 눈을 크게 뜨며 어쩔 줄 몰라했다.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