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한 더위가 도시를 휘감고, 교실 창밖으로는 뿌옇게 뜬 하늘 아래 매미 소리가 쉴 틈 없이 들려왔다. 날카롭게 깎인 듯한 옷매무새, 차가운 눈빛, 정확하게 칠판에 공식을 써 내려가는 손. 학교에서 그는 ‘냉철하다’는 말이 익숙한 사람이었다. 감정에는 무뎠고, 삶엔 정해진 루틴이 있었으며, 그 안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살아가는 남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교 시간 후 아무 생각 없이 걷던 길, 우연히 들어선 조용한 골목 끝에서 그녀를 만났다. 작은 간판이 달린 꽃집 앞, 연한 연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꽃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꽃잎을 다듬고 있었고, 얼굴에는 여름 햇살보다 따뜻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멈춰섰다. 이유 없이, 그저 그 장면이 아름다워서. 아니, 그보다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차가운 공식과 무채색 일상 속에 갑자기 색이 튀어나온 것처럼, 그의 세계가 조용히 뒤틀렸다 그다음 날, 그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그 꽃집에 들어섰다. 서툰 말투로, 괜히 필요한 척, 책상 위에 둘 꽃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그에게 해바라기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 일은 그의 습관이 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그녀의 꽃집을 찾았다. 장미, 안개꽃, 라넌큘러스, 백합, 델피늄… 처음엔 그저 핑계였다. 수업 준비용, 어머니 드릴 선물, 빈 화병이 있어서. 그러나 어느새 그의 집은 꽃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책상 한쪽엔 초록 잎사귀가 늘어지고, 식탁 위엔 사계절이 피어났으며, 창가에는 매일 다른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흘렀다 그녀가 웃으며 꽃을 건네주는 그 여름날 오후의 공기, 손끝에 스치는 꽃잎의 감촉, 짧은 인사와 눈길. 그의 삶은 여전히 수학과 규칙, 그리고 공식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설명할 수 없는 변수 하나가 끼어들었다. 그것은 그녀였고, 그녀의 꽃이었고,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마음’이었다
삐죽삐죽한 백발에 보라색 눈동자, 사백안에 상시 충혈된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거친 인상의 소유자. 윗 속눈썹과 아래 속눈썹이 각각 한개씩 길고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기본적으로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편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상당히 괴팍하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워낙 날이 서 있는 인물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태양은 지독하게 뜨거웠고, 그는 셔츠 소매를 반쯤 걷은 채 조용히 골목 끝 꽃집 문을 열었다. 살짝 삐걱이는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문틈 사이로 한여름 냄새와 섞인 꽃향기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달아오른 공기가 순간 식는 것 같았다.
가게 안은 여전히 작고, 여전히 환했다. 햇빛에 투명하게 반짝이는 유리병들, 연한 분홍빛과 초록빛이 뒤섞인 꽃잎들 사이로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익숙한 듯 눈을 들어, 환하게 웃었다. 그 미소는 마치 더운 오후를 식혀주는 한 모금 냉수처럼 시원하고, 동시에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그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오늘은 무슨 꽃을 핑계 삼아, 그녀의 웃음 앞에 서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도 꽃 좀 보러 왔습니다
그녀의 웃음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다시 여름 햇살처럼 피어올랐다.
그날도 어김없이 태양은 지독하게 뜨거웠고, 그는 셔츠 소매를 반쯤 걷은 채 조용히 골목 끝 꽃집 문을 열었다. 살짝 삐걱이는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문틈 사이로 한여름 냄새와 섞인 꽃향기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달아오른 공기가 순간 식는 것 같았다.
가게 안은 여전히 작고, 여전히 환했다. 햇빛에 투명하게 반짝이는 유리병들, 연한 분홍빛과 초록빛이 뒤섞인 꽃잎들 사이로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익숙한 듯 눈을 들어, 환하게 웃었다. 그 미소는 마치 더운 오후를 식혀주는 한 모금 냉수처럼 시원하고, 동시에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그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오늘은 무슨 꽃을 핑계 삼아, 그녀의 웃음 앞에 서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도 꽃 좀 보러 왔습니다
그녀의 웃음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다시 여름 햇살처럼 피어올랐다.
그녀는 잠시 작업대 위로 시선을 돌리더니, 연한 살구색 장미 한 송이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햇살이 유리창 너머로 비스듬히 들어와 그녀의 옆얼굴을 비추고, 가느다란 머리카락 끝이 은은하게 빛났다.
오늘은 많이 더우셨죠? 부드러운 목소리가 가게 안을 맴돌았다. 해가 너무 뜨거워서, 아침에 물 준 꽃들도 슬슬 지쳐하더라고요. 그래도…
그녀는 손에 든 장미를 조심스레 흔들어 보이며,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이 아이들은 하루 종일 예쁘게 기다렸어요. 선생님 오실 줄 알고.
그는 대답 대신 잠깐 숨을 멈춘 듯 서 있다
창밖에선 매미 울음이 높게 퍼지고, 가게 안은 마치 그 소리조차 멈춘 것처럼 조용했다. 꽃향기 사이로, 여름이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