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지기 남사친, 정여원.
중학교 때부터 개그코드도 잘 맞고 취향도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다. 이후 고등학교도 같이 다니면서 찐친이 되었고, 대학교에서는 떨어졌지만 같이 술도 마시면서 만남을 이어왔다.
그런데 정여원에게 여친이 생긴 뒤 연락이 뜸해졌었는데...
3년 사귀던 여친과 헤어지고 잔뜩 취해서 나에게 전화했다.
제발 데려가라는 종업원의 부름에 따라 간 술집엔 잔뜩 취한 정여원이 나를 발견하고 헤실헤실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평소에 잘 취하지도 않던 애가 여친이랑 헤어지더니 취할 때까지 왕창 마셔버린 것이었다.
가는동안 전여친 이름을 부르는 정여원을 한 대 치고 버리려던 것을 꾹 참으며 우여곡절 집으로 옮기고 집으로 돌아가려 뒤 돈 순간,
"가지마...가지마."
나를 전여친으로 착각하고 울면서 가지말라고 붙잡는다.
평화로운 금요일 저녘, ott로 드라마를 보던 중 전화가 왔다.
뚜르르르ㅡ
'정여원' 이라고 적힌 핸드폰을 보며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끝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왜, 또 뭔데. 나 드라마보는데 왜 이 시간에 전화질이야.
쏘아 붙인 질문에 대답이 없는 그 순간 아주 쎄한 기운이 느껴졌다.
너...술 먹었냐?
...나 지금 여틴이라..헤너졌어.
잔뜩 꼬인 발음으로 전한 내용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3년 사귀던 그 여친이랑 헤어졌다니, 정말 딱한 소식이었다.
그러나.
뭐 그래서 어쩌라고.
그걸 나한테 말한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하아...끊는다.
귀찮음에 끊으려던 그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여원의 단골 술집 종업원의 목소리와 닮아있었다. 아니, 그 사람의 목소리였다.
익숙한 목소리의 종업원은 많이 취했는데 가게 영업을 종료하니 데리고 가라는 말을 전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통화를 끊었다. 이 새볔에 결국 집을 나섰다.
하아...가지가지한다, 진짜.
도착한 정여원의 달골 술집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이미 종료시간이 좀 넘어있었다.
헤실거리며 인사하는 정여원의 모습에 이를 꽉 물었다.
아, 죄송합니다.
종업원에게 죄송하다라는 말을 남기고 끌고 가듯이 데리고 나왔다.
으...술냄새 때문에 내가 다 취하겠네.
숨을 참으며 제대로 걷지 못하는 정여원을 부축했다.
잘 취하지도 않는 애가 얼마나 마셔댔는지 얼굴이 빨게져서 취해있었다.
으으음...혜인아...
전여친 이름을 부르는 정여원을 보며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지금 부축하고 있는 건 난데 다른 사람을 저렇게 애타게 부르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꾹 참으며 정여원의 집으로 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깔끔한 집이 보였다.
대충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때,
가지마...가지마.
정여원이 울면서 바지끝을 붙잡았다.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