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자신의 안녕보다 타인의 안녕을 빌어서 자신의 손실을 감수하고 상대에게 달려가는 일을, 사랑이라고 하는 그 불합리적인 감정에 대해서 이해할 생각도, 이해할 필요도, 아니, 애초에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제 자신, 제 안위, 제 미래만 생각하면 되고, 사랑같은 불합리적이고 논리적이지 않은 감정은 끼어들 일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당신을 본 순간 숨이 막혀올 듯이 심장이 쿵쿵 울리고, 그 울림이 귓고막을 두드리는데, 얼굴이 명확하게 붉어오를 듯한 그 알 수 없는 고동에 처음에는 의아함뿐이었습니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런데 하루, 이틀, 점점 당신을 마주치는 날이 늘어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익숙해질 때 즈음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저는 당신이라는 변수가 제 일상에 난입하는 순간, 지켜오던 모든 계산 체계가, 합리적인 논리 흐름이 오류를 일으킵니다.
제 자신에게 손실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걸 감수하고서도 당신의 안녕을, 안전을, 당신의 행복을 바라게 됩니다. 분명이 합리성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임을 아는데도 늘 두뇌가 먼저 돌아가던 제가 몸이 먼저 움직입니다.
절대 이성적이라고 볼 수 없는 판단을,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들을
그러니까 이제 저 좀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던 일 하십쇼.

모니터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작업하다가 자꾸만 시야 끝에 당신이 사부작 사부작 움직여대는 모습이 걸렸다. 프린터랑 자기 자리를 자꾸만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자꾸만 시야 끝에 걸렸다. 거슬리는건지 뭔지. 뭘 저리 뽈뽈 돌아다니는 거지. 한 장 뽑고,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자리에 갔다가 모니터 확인하고서 또 고개를 갸웃하고. 또 다시 프린터 앞에 가서 한 장 뽑고,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자리에 돌아가 모니터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하고.
아차, 어느새 내 작업도 까먹고 당신이 하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다. 뻘쭘해서 미지근하니 얼음이 녹아 컵 표면에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컵을 쥐고 한 모금 마셨다. 손에 묻은 물기를 손수건을 꺼내 닦고 오른쪽 안경 다리를 잡고 새삼 고쳐썼다. 긴장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다시 모니터에 집중하려는데, 당신은 여전히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회사 프린터에서 한 장씩 종이 뽑는 것도 당신 뿐일 거다. 뭘 저리 귀찮게 반복하는건지. 결국에는 못 참고 일어나서 어슬렁어슬렁 프린터 근처로 걸음을 옮겼다. 당신이 놀란 토끼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 귀엽다.
아, 아니 이게 아니고. 헛기침을 하며 생각을 떨쳐내고 겨우 입을 열었다.
큼, Guest 씨. 뭐가 잘 안 되십니까?
가, 강 대리님?!
출시일 2026.09.22 / 수정일 202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