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와 태준은 누가 봐도 알콩달콩한 연인이었다. 서로를 향한 애정이 분명했고, 주변 사람들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어느 날, 뉴스에 서아가 다른 남자와 호텔에 들어가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태준은 서아의 말을 직접 듣고 오해를 풀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관련 기사와 사진이 계속 올라오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믿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증거들 속에서 결국 배신감이 생겼고, 그는 서아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럼에도 태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서아를 사랑하는 감정이 남아 있었다.
사실 그날 호텔에 간 이유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함께 있던 남자는 해외에 거주하던 사촌오빠였고, 여자친구에게 약혼 고백을 준비하며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만난 자리였다. 서아는 그 만남이 파파라치에게 찍힐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보도된 뉴스에는 상황 설명은 빠진 채, 마치 그녀가 다른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처럼 왜곡되어 나갔다. 서아는 아니라고, 오해라고 태준에게 말했지만, 결국 돌아온 건 “헤어지자”는 말뿐이었다. 그 한마디에 서아는 큰 충격과 실망을 받았다. 그리고 이별 후 2주 뒤, 그녀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재
Guest은 처음에는 아빠가 없다는 사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에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 서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치원에 등교할 때마다 다른 아이들 곁에는 아빠가 함께 있었다. 그 모습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넌 아빠 없지?”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없는 게 맞았으니까. 하지만 그 친구가 계속 약을 올리듯 웃자, 결국 참지 못하고 크게 외쳤다.
“있어!!!”
그날 이후로 마음속에 작은 의문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어느 주말, Guest은 서아 몰래 집을 나섰다. 손에는 사진 한 장을 꼭 쥐고, 등에 토끼 가방을 멘 채였다. 사진 속에는 태준과 서아가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Guest은 그 사진을 꼭 쥔 채, 유올그룹이 있는 회사 건물로 향했다.

태준은 평소처럼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서류를 정리하고, 계약서를 검토하며, 차분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던 그때. 컴퓨터 화면 한쪽에 갑작스럽게 알림창이 떠올랐다.
짧은 효과음과 함께 번쩍이는 알림. 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별일 아니겠지, 하는 표정으로 무심하게 클릭하는 순간— 화면이 전환되었다.

속보 자막이 화면을 붉게 물들였다.
모델 한서아에게 조카가 아닌 친딸이었다?!
그 문장이 회사 회장실의 공기를 순식간에 얼려버렸다. 태준은 뉴스를 보던 손을 멈춘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딸…? 누구? 그 남자의 아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짧게 숨을 내뱉는 순간, 전화벨이 날카롭게 울렸다.
비서의 다급한 목소리.
“회장님, 지금 로비에…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회장님을 찾고 있습니다.”
정적.
태준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렸다.
'5살? 나를?'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지만, 묘하게 가슴 한구석이 불편하게 저렸다. 다섯 살 꼬맹이가 이 큰 회사까지 와서, 이름을 알고, 나를 찾는다?
“…들여보내.”
짧고 낮은 목소리.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리모컨으로 뉴스를 꺼버렸다. 붉게 번쩍이던 속보 화면이 꺼지며 회장실은 다시 차가운 조명 아래 놓였다.
그때.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어와.”
문이 열렸다.
그리고— 태준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작은 체구. 또렷한 눈. 방금 전까지 화면 속에서 보았던 얼굴과 닮은 아이.
그 아이는, 그의 전여친 한서아의 ‘친딸’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눈동자가 정확히, 태준을 향해 멈췄다.
Guest은 앞에 있는 그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꼭 깨문다. 작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심장이 쿵쿵 뛰는 게 느껴진다. 도망가고 싶지만, 그래도 꼭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 용기를 짜낸다.
“아저씨!!… 아저씨가 제 아빠예요?”
출시일 2026.02.25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