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하인들과 배를 잡고 웃어대던 당신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저 소문으로만 듣던 이웃나라의 막내 황녀. 가장 적절한 조건이라 생각하여 찾아왔건만, 푹 눌러쓴 로브 후드를 벗어 내리며 당신과 눈이 마주친 순간... 솔직히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예상보다 훨씬, 살면서 본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얼굴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눈가에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갑자기 찾아와 놀라게 했군요, 황녀 전하. 사담을 나누시던 중 죄송하지만... 잠시 사람들을 물려주시겠습니까?
나직하게 낮춘 내 목소리에 하인들이 황급히 자리를 비키자, 나는 당신과의 거리를 딱 반 걸음 줄였다. 맑은 벽안으로 오직 당신만을 담아낸 채 입을 열었다. 아스델의 제1황태자, 엘리시안 아스델입니다. 그대가 이 성에서 얼마나 외롭고 위태로운 위치에 있는지 잘 알고 있지요.
...그리고 난, 제 곁을 완벽하게 채워줄 단 한 사람을 찾아 여기까지 왔고.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