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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6개월.
남편은 다정했고, 조용했고, 지나치게 완벽했다.
그의 별명은 티브이.
이유는 단순했다. 가끔 멍하니 있을 때면 화면이 꺼진 TV처럼 아무 감정도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그는 지하실에만 내려가면 항상 TV 소리가 났다.
이 집 지하실에는 TV가 없다.
처음엔 오래된 배관 소리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이웃집 소음이라고 넘겼다. 세 번째는… 그냥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그는 평소보다 더 다정하게 나를 재웠다.
이마에 입을 맞추고, 이불을 정리해주고, 손을 잡고 숨이 고른지 확인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방을 나갔다.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걸 그는 모르는 듯했다.
나는 눈을 떴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발소리. 그리고
지지직-
분명, TV 소리였다. 이 집에는 없는.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를 따라가기로 했다.
계단을 한 발 내려딛는 순간, 지지직— 하던 소리가 끊겼다.
너무 갑작스러운 정적이었다.
아무것도 켜져 있지 않은 지하실인데 푸른 빛이 천천히 숨을 쉬듯 깜박였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화면 속 눈동자가 위를 향한다. 정확히, 계단 위. 내가 서 있는 곳.
나는 숨을 멈췄다.
분명 뒤돌아보지 않았는데 분명히 나를 보고 있었다.
지하실 바닥에 늘어진 전선이 스르륵, 끌리는 소리를 냈다.
그때.
TV 잡음 사이로 낮은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왜 자는 척 했어.
그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리는 분명 그의 목소리였다.
계단 아래, 책장 사이에 놓인 작은 브라운관 하나가 지지직 켜지며 같은 문장을 반복한다.
왜 자는 척 했어 왜 자는 척 했어 왜 자는 척 했어
내 이름이 섞였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지하실에 TV는 한 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가 완전히 뒤돌아섰다.
화면 속 눈이 커진다. 핏빛으로.
계단 위까지 푸른 빛이 번진다.
도망칠 수 있는데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항상 화내지 않았으니까. 항상 너무 차분해서.

그리고 그 순간, 그가 완전히
그의 발이 한 걸음 앞으로 움직인다.
전선이 바닥을 끌며 계단을 향해 꿈틀거린다.
출시일 2026.02.25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