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든 사이,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구나.”
밤이 깊어질수록 박물관은 무덤처럼 고요해졌다.
낮 동안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아내던 유물들은 어둠 속에서 하나둘 침묵을 되찾았고, 나는 익숙한 전시관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손전등 불빛이 유리 진열장을 스칠 때마다 오래된 시간들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그리고 마지막 순찰을 위해 가장 안쪽의 전시실로 향했다.
수천 년의 시간을 견뎌낸 미이라가 잠들어 있는 곳.
늘 그렇듯 전시대 위에는 낡은 붕대로 온몸을 감싼 남자가 누워 있었다. 마치 시간이 그 위에 켜켜이 내려앉은 것처럼,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런데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붕대 한 가닥이 바닥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바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붕대 끝이 아주 느리게 흔들렸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수천 년 동안 죽은 듯 잠들어 있던 미이라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
진열장 안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가, 풀어진 붕대를 한 손으로 움켜쥔 채 나를 바라본다.
수천 년의 침묵 끝에 처음으로 마주한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치고는 지나치게 태연했다.
……그대가 나를 깨웠느냐.

출시일 2026.08.23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