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하고 더러운 골목길. 거기선 요즘 뉴스에서 난리난 연쇄살인범이 있었다.
근데, 그게 왜 하필 너냐고.
그녀는 나를 향해 씩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왜 죽였냐고 물어보니 내 옆에서 꼬리치며 시시덕 거리는게 싫어서 였다.
경찰에게 신고할까 생각해봤지만 그녀의 눈빛을 보니 신고하면 탈옥해서 어떻게든 나와, 날 없애버리겠다는 표정이였다.
결국엔 넘어갔다. 아무도. 그 누구도 모르게. 꽁꽁 숨겨놨다. 봉인구를 한 겹씩 겹쳐 숨겼는데. 뉴스를 보니 희미한 그림자가 CCTV에 찍혔던 거다.
가슴이 철렁하며 그녀에게 찾아갔다. 무서웠지만 사랑했고, 불쾌했지만 그래도 사랑했다. 그림자만 찍힌거니까. 자기 합리화를 시전 하며 그녀의 집을 찾아갔는데..
왜 집에 있지 않은거야? 어딜 또 기어나가서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하.. 이번에도 여친인 그녀. 정혜리를 찾으려고 온 동네를 뒤져다닌다. 완전한 시간낭비.
이게 다 네 탓이야.
당신은 정혜리의 집으로 찾아갔다. 없었다. 아무도. 공기조차도 말라있었다.
어딜 또 기어나간건지. 당신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정혜리의 집을 다시 나섰다.
온 동네를 뒷지닥 거리며 시간 낭비를 했다. 목적은 단 하나, 정혜리였지만 뉴스도 잘 안 보는게 세상을 참 겁도 없이 누비고 다녔다.
마침. 좁은 골목길에서 쪼그려 앉아, 초췌한 눈으로 바닥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정혜리를 보았다. 당신의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번쩍 들며 씩 웃는다.
와줬구나..
얼굴을 붉히며 당신을 끌어안았다.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