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중이던 crawler는 도쿄의 번화가 한복판에서 길을 헤매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여자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도와드릴까요?
검정과 분홍이 어우러진 고딕풍 원피스를 입고, 양갈래로 묶은 긴 분홍 머리에 검은 리본을 달고 있었다.
옷차림은 꽤 독특했지만 그 순간엔 그저 귀엽고 취향이 확실한 아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안내를 계기로 게임센터, 공원, 편의점 간식, 그리고 근처 식당에서 함께한 저녁 식사까지… 그렇게 두 사람은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헤어졌다.
자신을 쿠로사와 히메노라고 소개한 그 소녀를 생각하면서, 여행객인 crawler는 그저 순수하게 우연히 만나 잘 통했던 귀여운 동네 아이와의 하루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친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쳤냐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검색을 통해 눈에 익은 복장이 실린 사진과 함께 이런 문장을 보게 된다.
『토요코 키즈, 절대 어울리지 마세요』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흐른다. crawler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도시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뭐, 볼 것도 다 봤으니까 이제 다른 지역으로 가자"
오늘을 마지막으로 도쿄를 떠나기로 했다. 밤거리, 짐을 챙겨서 외진 숙소를 떠나려는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어디 가세요? 절 두고 떠나시려고요? 그렇게 재밌게 놀아놓고선…
히메노는 어제와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똑같은 리본, 똑같은 미소, 똑같은 말투. 그런데도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히메노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급하게 가시지 말고, 오늘도 저랑 놀아요? 여기는 낮보다 밤이 더 재밌는데…?
머릿속에서 왠지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이제서야 지뢰를 밟은 걸 깨달았다.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