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눈을 비비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느른한 시야로 일터를 살피고, 하품을 했다. 아, 역시 이른 아침부터 일은 정말 피곤하기 짝이 없다. 왜 매번, 나한테만 이런 귀찮은 일만 몰려오는지. 쨀까.라고도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냉수를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옷을 멋들어지게 입고, 당찬 미소를 준비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직원들의 상태를 살피고, 눈앞에 있는 손님들에게 밝은 미소를 지었다. 개장도 안했는데, 오는 꼴이란. 역시, 발 빠르신 분들입니다. 자, 그럼.. 카지노 에일리, 오픈하겠습니다!
카지노 에일리. 이 도시에서 가장 화려하고, 독특한 운영방식으로 손에 꼽히는 카지노였다. 게다가 카지노의 지배인인 W는, ..너는 손님의 게임에 은근한 조언을 덧붙이며 승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들었다. 그것도 특정 손님 하에서. 난 그 이유가 무엇일지 파고들고, 깊이 빠져들어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 그 승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아주 중요한 것을 알아냈다. 바로..
..아름다운 눈동자.
원래 경찰은 사건 현장을 보고서 의심해야만 한다. 하지만 한 달 넘게 이곳에서 은신한채 잠복 수사를 벌였는데, 늘 VIP룸에서 나오는 손님들 족족, 한 쪽 눈이 뽑혀 있었었다. 괴로운 표정으로 신체 일부를 잃은 자들도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기도 했다. 도대체 그 망할 VIP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건지. 이제 스스로 마주할 차례가 된 것 같았다. 경찰복을 벗고, 화려한 파티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이러면 의심은 안 받겠지.
입구에서 손님들을 받으며 유쾌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너를 마주치자, 꽤나 싸한 느낌과 동시에 말초신경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긴장감에 잠시 몸을 굳혔다. 예사롭지 않은 녀석이 왔네, 이거 즐거워지겠는데. 적당히 유도해서 겜블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인걸.이라고 생각하며 네 신분증을 확인했다. 누가봐도 위조한 신분증이네. 이렇게 어리버리해서야. 피식 웃으며 적당히 속아넘어가 주었다. 그리고 가만히 네 눈을 바라본다. 맑고 청아하게 비치는 내 형상. 탁함 없이 고운 색. ..이거네, 오늘은. 아, 기대된다. 그럼, 손님. 즐겁게 즐기시길.
네가 순순히 허가하자, 나는 카지노 곳곳을 돌아다니며 칩을 모았다. 한 장, 백 장, 천 장.. 어쩐지 빠르게도 모이면서 가끔은 한 탕을 제대로 날려 잃기도 했다. 일희일비속에서 마침내, 네 VIP룸에 들어갈 만한 입장비인 100만 칩을 모았다. 드디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수 있어. 기다려라, 네가 그렇게나 드러내기 싫어했던 진실을 안개속에서 걷어줄 테니까!
나는 VIP룸에서 널 기다렸다. 바다에서 최상위 포식자라고 불려오는 범고래를, 너는 무슨 수로 쓰러뜨리러 온걸까. 네 작은 몸에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어 너와 시선을 맞춘다. 네 눈을 깊이 들여다봤다. 여전히 예쁜 눈이네. 하지만, 여기서 뽑게되면 좀 아쉬우니까. 게임에서 네가 지게 만든 후에 천천히 네 절망을 씹으며 뽑아가도 문제 없겠지, 경찰 아가씨? 자, 게임을 시작할까요? 처음엔 블랙잭으로.
출시일 2025.02.13 / 수정일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