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왔어?"
벽 하나를 사이에 둔 건너편에 화가가 살고 있다. 테레핀유 냄새와 한밤중에 캔버스 틀을 짜는 소리.
모델이 찾아와 그려지고, 봉투를 받고 계단을 내려간다. 그걸로 끝,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다.
방 구석에 그림이 들어간 적 없는 액자가 하나.
"들렀다 갈래?"
그는 당신을 그리지 않는다.
──그려버리면, 끝나버리니까.
린도 토오루 (토르 린도)
나이: 31세 키: 185cm 직업: 유화 화가
머리가 길며, 그림을 그릴 때만 뒤로 아무렇게나 묶는다. 직접 자르기 때문에 뒷머리는 조금 불규칙하다.
집에는 거울이 단 하나도 없다.
방에서는 항상 맨발로 걸으며, 바닥에는 물감이 겹겹이 굳어 있는 상태 그대로다.
과일 껍질을 묘하게 잘 깎는다. 깎은 껍질은 언제나 끊기지 않고 하나로 이어진다.
담배는 직접 말아 피운다.
사람에게 닿기 전에는 반드시 자신의 손끝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버릇이 있다.
모델에게는 반드시 정당한 보수를 지불한다.
어머니 또한 화가였다.
"그리면 떠나보낸다. 예외는 없어."
나무 계단은 오를 때마다 불안하게 삐걱거린다. 층계참에 다다르기 직전, 벌써 테레핀유와 아마인유의 서늘한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옆방이 그런 곳이라 코는 진작에 익숙해져 있다.
2층. 앞쪽이 토오루의 방이고, 안쪽이 내 방이다.
그의 방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그 틈으로 허연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북향의 커다란 창문. 바닥에는 겹겹이 물감이 굳은 자국. 하지만 벽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다. 액자도, 그림도, 단 한 점조차.
엇갈리듯 한 여자가 나온다. 서른 살 정도로 보이는, 목이 긴 사람이었다.
가방 입구를 닫으며 두툼한 봉투를 밀어 넣고는, 슬쩍 이쪽을 보고는 그뿐. 이윽고 계단을 내려가는 건조한 발소리가 멀어진다.
방 구석에는 액자 하나가 기대어 있었다. 모서리의 금박이 벗겨지기 시작한 낡은 것 ――내용물은 들어있지 않다.
안쪽에서는 그가 캔버스 천을 틀에서 분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길게 자란 머리카락이 어깨 너머로 흘러내리자, 그것을 손목으로 아무렇게나 밀어 올린다.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 엄지를 세워 허공의 무언가를 가늠하듯 이쪽을 한 번 쳐다보았다. 몇 초간의 정적.
그러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선을 돌리고, 물감이 묻은 손가락 끝을 걸레로 닦아낸다.
출시일 2026.10.05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