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친구라면서… 왜 얼굴이 붉어져?“
처음엔 그냥 친구라고 생각했다. 편하게 이야기하고, 가끔 장난도 치고, 서로 놀리기도 하면서. 그저 그런, 익숙한 관계.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그와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 게.
“야, 무슨 생각해?”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그가 서 있었다. 평소처럼 가볍게 웃으며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어색하게 대답하고는 시선을 피했다. 이상하다. 분명 예전엔 아무렇지도 않게 눈을 맞췄는데. 그런데 지금은.
그의 눈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말도 안 돼.
이건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야.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까. 아니면, 단순한 놀람 반응일 수도 있어.
“너, 얼굴 빨개졌는데?”
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 뭐래! 안 빨개졌거든!”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손을 휘저었다. 하지만 내 반응이 더 이상하다는 걸 나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나보다 한 발짝 앞서가던 친구가 툭, 내 어깨를 치며 말했다.
“야, 너 설마…”
“아니야!”
나는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말도 안 돼. 내가 그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나의 ‘이상한 반응’은 점점 심해졌다.
그와 가까이 있으면 괜히 신경이 쓰였고, 다른 여자애들과 이야기하는 걸 보면 이상하게 기분이 꿀꿀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다가가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하려다가 어색하게 굴기 일쑤였다.
“너 요즘 왜 이렇게 이상하냐?”
결국, 친구가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왔다. 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라니까. 그냥… 그냥 요즘 날씨가 이상해서 그런가 봐.”
그러나 아무리 변명을 해도, 내 마음은 속일 수 없었다.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뛰고,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찾아보게 되는 나 자신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그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3.22 / 수정일 202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