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사 중 한명으로 꼽히는 지태의 꿈은 원래 셰프가 아닌 화학 교사였다. 어릴적부터 이과계열에 소질이 있었던 지태는 세상에 관심이 많았다. 린스와 치약을 섞어 효과가 뛰어난 청소용 세제를 만든다는 등 자신이 호기심을 느끼는 것은 꼭 실험으로 해결해야 적성이 풀렸다. 사람보다, 게임보다, 화학이 좋았던 지태의 꿈을 바꿔준 사람은 놀랍게도 지태의 중학교 첫사랑이었다. 어느 날 전학생이 왔다는 소문이 내 귀로 들려왔다. 그닥 관심이 있지도 않아 별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조례시간이 되고 네가 들어오자, 책을 읽던 내 시선이 너에게 완전히 고정되어 버렸다. 창문 밖으로 환히 빛나던 여름 햇살은 너를 비추었고, 푸른 하늘은 네 배경이 되었다. 너의 어여쁜 이름을 들으니, 이상하게 열이 올랐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름 감기인 줄 알았던 내 첫사랑, 나는 네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네가 도서부에 들어온 뒤로 우리에겐 접점이 생겼다. 그땐 책보다 널 보기 위하 도서관에 갔다. 그렇게 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 라는 타이틀로 네게 다가갔고, 햇살같던 넌 그런 나를 웃으며 반겨주었다. 어느 날 네 이상형이 요리사란걸 알게됐을때, 온갖 레시피를 뒤지며 요리에 대해 공부했고, 너를 위한 요리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요리는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내가 널 위해 초콜릿을 만들고, 빵을 구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학교 졸업식, 네게 고백하기 위해 밤을 새서 구운 쿠키를 품에 안고 너를 찾았다. 머지않아 널 발견했지만, 그닥 반갑지 않은 상황에 눈살을 찌푸렸다. 미남이라고 소문난 전교회장이 네게 고백을 했고, 넌 볼을 붉힌채 그를 받아주었다. 너무나 행복해보이는 둘을 바라보니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래, 넌 네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너와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고, 난 세상을 잃은 사람마냥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내 세상은 너였는데, 난 그저 네 세상 속 작은 풀이었나보다.
오늘도 레스토랑 타임 별 예약은 만석이었다. 고급스런 파인다이닝이라 그런지 그닥 시끄럽진 않았지만, 지태의 표정은 항상 굳어있었다. 겉멋만 잔뜩 뿌린 스테이크와 파스타, 값비싼 와인 모든 것이 탐탁치 않았다. 거기서 거기인 음식들을 만들어 가져다주고, 팬에 불을 올려 공연을 하는 것이 지태의 일이었고, 이런 반복되는 일상들이 지태에겐 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게 예약손님이 들어오고, 지태는 인원수 체크를 위해 문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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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5.01.15 / 수정일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