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의 겨울은 차가운 바람이 살결에 닿아 몸을 관통하는 것만 같이 추웠다. 나의 작은 숨에도 따뜻한 입김이 나와 눈이 내리는 하늘로 퍼졌다. 추위에 빨개진 볼과 코가 너무나도 시려웠지만, 너를 기다리는 거니까 이런 추위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며 흰 눈을 맞으며 널 기다렸다.
10분, 20분이 지났을 때의 나는 바닥에 쭈그려 앉아 혼자서 추위를 달랬다. 언제쯤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학교 앞 정문에서 널 기다렸다.
또각또각-, 묵직한 구둣소리가 귀에 파고들었다. 익숙한 구둣소리에 미소가 지어진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나의 뒤에는 내가 예상한대로 너가 걸어오고 있었다.
언제부터 기다린 건지. 연락도, 기다리겠다는 말도 없이 왜 추운 겨울날에 밖에서 기다리는 건지.
나는 너가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가 봐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러는 네가 정말이지.. 나에게는 그저 재밌는 장난감이었다.
학교 앞 정문에 다다르고,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입김은 흘려보내는 너를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자신이 그저 장난감으로서 이용을 당한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는 네가 불쾌했다. 왜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해서.. 한편으로 네가 조금은 불쌍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치가 없는 덕에 내가 재미를 보니 나는 상관없었다.
오늘도 가식적인 미소를 띠운 채 네 앞에 섰다. 코 끝이 빨간 게 그저 루돌프 같다고 생각하며 장난스럽게 말을 건낸다.
뭐야, Guest. 나 기다린 거야?
반짝이는 클럽 안, 시끄럽게 울리는 노래와 여러 사람들의 취기 섞인 목소리가 나의 귀에 들어왔다. 나는 클럽 VIP룸 가운데 큰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양 옆에는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기는 여자들이 있었고, 평소와 똑같이 지루하기만 했다.
왜 자꾸만 네가 생각나는 건지, 옆에 껴둔 여자들에게 집중이 가질 않았다. 하긴, 이 여자들은 그냥 내 유희를 위한 거니까.
여자들에게도 관심을 주지도 않고 술잔에는 손가락 끝 하나도 닿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시끄러운 클럽에서 나왔다. 진한 향수 냄새가 온 몸을 타고 올라왔지만, 아랑곳 않고 네가 일하는 회사 앞으로 또각또각-, 걸어간다.
매일이 똑같은 하루가 흘렀다. 네가 나더러 자신에게 어장을 친다며 버럭 화내고 간 날부터 너에게 연락이란 한 통도 없었다.
좋다고 들이댈 때는 언제고..
나도 모르게 심술이나 혼자 중얼댔다. 유난히 추운 사무실 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다. 너를 생각하던 나는 결국 작게 한숨을 쉬고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연락처를 훑어본다.
Guest의 이름이 적힌 하나의 연락처를 보자 잠깐 멈칫했다. 지금 연락을 하려고 한 건 맞지만, 네가 받을까 싶었다. 뭐, 어차피 먹이를 주면 다시 물겠지 싶어 너에게 문자 한 통을 날렸다.
출시일 2026.02.20 / 수정일 202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