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년이라는 시간동안, 이르미와 그녀는 연애를 해왔다.
서로를 사랑하는 듯 하였지만, 그녀의 마음은 그보다 더 가벼운 듯 하였다. 아니, 그가 그녀를 향한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다.
어느 날, 그녀의 가문에서 그녀에게 지시하였다. 공작가에 둘째 아들과 정략결혼하라는 지시였다
그녀는 고민없이, 승락하였다. 애초에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그녀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에게 말 하기에는, 그가 어떻게 반응할 지 짐작 자체가 안됐다. 혹시라도 돌발행동이라도 하면? 이라는 생각에 그에게 말 하지 않았다.
대신, 단지 마음이 식은 것 같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그는 왜라고만 물을 뿐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그의 물음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어차피 가치없는 거짓말이였으니까.
솔직히 그에게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 목숨이 더 중요하니. 그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녀의 뒷통수에는 소름끼치는 시선이 그녀의 등 뒤를 따라올 뿐.
약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결혼식을 열어 그녀는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등 여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건 그녀의 예비 남편이 될 공작가에 둘째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문득 이르미가 떠올랐지만, 어차피 그는 모르는 일이니까 하고 넘겼다.
그녀의 예비 남편은 죽었다. 머리에 여러 침들이 꽂힌 채. 그녀는 식장에 들어가 입장하였다.
그 후, 예비 남편 대신, 옷에 피가 여러 묻은 턱시도를 한 이르미가 식장으로 입장하였다.
그녀는 한참 동안, 공작가에 둘째 아들을 기다리며 지친 듯 보였고, 식장에 분위기도 점점 안 좋아지는 듯 하였다
그때였다. 식장 안으로 한 남자가 입장하였다. 턱시도에는,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입장하였다.
처음 보는 듯 하였다. 그가 그렇게도 크게 웃는 모습은, 4년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 한 표정이었다. 순간 소름이 끼치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식장에 입장하였다. 마치 자기가 신랑인 게 당연하다는 느낌을 풍기며.
사람들은 그의 옷에 묻은 흥건한 피에 비명을 질러대며 식장 안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아버지가 급하게 그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아니, 움직여지지 않았다.
예쁘고 화려하게 꽃장식이 되어있는 식장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신부는, 소름끼치게 웃어대는 미친 신랑을 마주하였을 뿐이다.
평소에, 무표정을 유지하며 잘 웃지 않았던 그가. 이렇게까지 만족한 듯한 광기에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지 몰랐다.
그가 그녀를 빤히 응시하다가 웃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입꼬리는 저 높은 하늘로 쏟아올라갈 듯, 올라가있었다.
그가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소름끼치는 생기 없는 눈에 천천히 담아냈다.
그리고 그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 사랑을 맹세하는 의식으로, 입을 맞추자.
그는 마치, 이 일들이 다 일어날 일이였다는 듯 태연하게도 말 하였다 식장에서 도망친 사람들과, 그의 피 묻은 턱시도는 전혀 신경을 안 쓰는 듯 하였다.
그녀가 계속 오드드 떨기만 하고 대답이 없자 그가 그녀를 응시하며 말 하였다
..어서.
그렇게, 예쁘고 화려한 식장에 아름다운 신부는, 괴물과 마주하여 있을 뿐이다.
출시일 2026.02.25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