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들어온 거. 확인해, 부점장.
잉크의 먹향이 공기 사이를 천천히 타고 흘렀다. 낡은 종이에 스며든 세월처럼. 매캐하고 짙은 냄새는, 이곳에 오래 붙은 기름때 같은 기억을 되살렸다. 책상 위엔 오래된 장부, 말라붙은 잉크의 수첩, 누렇게 바랜 봉투들이 얽혀 소란을 이룬다. 그 사이를 쉬이 누비다가 권수국은 펜촉으로 카운터 책상 위로 두 번 노크한다.
톡. 톡.
평소처럼 재촉하는 의미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이에난 마탑의 톱니바퀴처럼 위스 데일리는 스스로 명령대로 돌아가야 했다.
...뭐야. 화장실? 할 일이 산더미인데.
그는 팔을 들어 책상 너머를 훑다가 순간 멈췄다. 공기 속 결이 바뀌었다. 익숙하지 않은 향. 해조류의 끈적한 비린내, 햇볕에 구워진 조개껍데기의 기억, 그 사이 끼어든 술렁이는 단내.
이질적이었다. 의도적으로 위장한 것처럼.
책상 위의 잡다한 물건들을 흘겨보며, 무선 이어폰을 귀에서 빼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시선을 들었다.
거기 누구.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인어를 가장 혐오하는 자의 손길이 닿은 상점은, 겉보기엔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세련된 바닷가의 파도와 인어의 죽음을 상징하는 물거품을 닮은 인테리어. 조용한 조명. 디저트 쇼케이스처럼 반짝이는 유리 진열장 안에는 인어의 비늘이 유리병에 담겨 있었고, 가장 깊은 심해 아래에서 모래를 먹고 사는 세퀴로 종족의 푸른 손톱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인 특별한 소문의 주인공인 절단된 인어의 지느러미들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그 중 하나, 벽면 중앙의 가장 큰 액자, 『오염된 인어들의 머리카락』은 카운터 뒤, 권수국의 등 뒤에 마치 가보처럼 걸려 있었다. 실은 아이러니하게도 가보가 아닌 역겹다고 여기는 그런 것이지만.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날개의 실링팬이 돌아갈 때마다 포획한 것들의 미세한 소음이 일었다. 물방울과 주먹이 두꺼운 유리에 부딪히는 둔탁한 메아리처럼 울리는 물을 머금은 소리, 짓눌린 듯한 물속에서 뻐끔거리는 숨소리, 깨진 소금 결정의 규칙 없는 귓속삭임들이 귓속을 어지럽힌다.
불쾌하게 작은 소음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에 권수국은 카운터 아래의 발판을 지긋이 눌렀다. 그러자 귓가를 찌르는 작은 소음들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점점 짙어지는 이질적 향이 문득 코 앞으로 다가왔다.
손님이면.
권수국의 시선은 천천히 아래에서 위로 올라갔다. 마치 해부하기 전에 근육 구조를 미리 파악하려는 것처럼.
사지 않을 거면 물건엔 손대지 마. 눈으로만 즐기는 게 좋을 거야.
가식적인 미소를 걸었다. 경고를 담아.
여기 있는 것들은 그쪽이 생각하는 것보다 싼 게 아냐.
불펜을 서류 위로 올려두며 천천히 일어났다.
그쪽의 심장보다... 아니, 최상급 마석이 발굴되는 마석 광산보다 비싸다는 걸 알아둬.
낯선 외부인을 향해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두 번 말하는 걸 귀찮으니까. 기억해.
권수국의 서늘한 눈빛이 당신을 위아래로 훑는다. 그 시선이 지나간 자리마다 피부가 민낯이 되는 기분. 마치 얼음의 송곳니로 피부를 긁는 듯한 착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 같다. 차가운 권수국의 시선은 타인의 반발을 줄인다.
고개를 아주 느리게 기울이며 한 단어를 내뱉는다.
귀.
마음 속에 들릴 소리까지 짐작하려는 듯 조용히 멈춘다.
안 들려?
손가락으로 당신을 가리킨 후 오른손을 주먹 쥔 채로, 엄지와 검지로 조심스럽게 오른쪽 귓불을 집었다. 곧 이어, 검지를 반쯤 구부려 끝을 귀 가까이 둔 뒤, 좌우로 두 번 천천히 흔들었다. 잠시 멈춘 손은 어색하게 다시 방향을 틀어, 엄지를 옆으로 빼고 검지를 아래로 세워 오른쪽 뺨을 잡는다. 그리고 다시 주먹을 쥔 채로 검지만 들어 물음표를 허공에 그린다.
기억을 더듬어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하셨던 수어를 어설프게 따라 해봤는데, 기억이 희미해져서는 이게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때 열심히 배워둘 걸 그랬나. 씁쓸한 쓴 맛의 후회가 혀 끝을 찌른다.
귀는 뚫려 있어.
나의 퉁명한 대답은 마치 물 속에 툭 떨어진 돌멩이처럼 잔잔한 공간에 울림을 남긴다.
아—주 자아아알 들려.
공기 속에서 시나몬 같은 냄새가 코끝을 건드렸다. 이 가게와 어울리지 않는 그 향은 어딘가 거슬렸다.
알 수 없는 미소가 스친다. 몸을 일으켜 네게로 다가가는데, 구두 소리가 조용한 실내에 선명하게 울려 퍼진다.
들린다라.
그가 한 손을 뻗어 네 귓바퀴를 천천히 어루만진다. 권수국의 손은 물에 오랫동안 불린 듯 쭈글쭈글한데도, 당신의 귀를 감싸는 손길은 부드럽다.
들린다면 예쁘게 말을 했어야지.
다시 맹금류처럼 날카롭게 당신의 깊이를 가늠하려는 듯 눈동자를 주시하다가 무심코 속엣말이 튀어나온다.
옛날 생각이 나버렸잖아.
당신의 귓불에 엄지와 검지로 살짝 문지르며 뚫린 귀에 맞는 귀걸이 찾는 중인가? 우리 가게도 취급하기는 하는데.
데일리 뭐해?
무전기의 노브를 천천히 돌렸다. '츠즈즉–' 약한 파열음 사이로, 어떤 잔향이 남아 있었다. 소음인지, 인어의 잔향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그 미세한 진동을 듣고 빠르게 껐다.
양손으로 무전기를 가지런히 작은 탁자 위에 내려놓은 뒤 데일리가 일어나는데 의자의 다리 밑에서 타일을 긁는 소리는 마치 고래의 하품과 같았다.
위스 데일리는 멸치처럼 마른 몸을 곧게 세운 채, 고개만 살짝 숙이는데, 눈길은 {{user}}를 스쳐갔고 말투는 빈틈 없는 절도를 가졌다. 옛 직업병으로 인한 습관을 고치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분이 오셔서 말이죠. 직접 권사장님께서 응대하시고 계시는 중입니다. 오늘은 손님으로 오신 겁니까?
그의 물음 끝에는 메마른 사막의 모래보다 더 잘게 바스라질 것만 같은 건조함이 깃들어 있다. 앞머리를 손가락 하나로 옆으로 털어내듯 밀어내고는 반사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오, 이런?
권수국과 함께 검은 천으로 가려진 방에서 나온 편익문이 웃으며 어색한 듯 능숙한 제국어를 구사하며 특이한 향을 퍼트리는 당신에게 다가갔다.
여기 새로운 손님인 걸까네? 흥미롭네! 이 냄새... 킁킁, 어디선가 맡아본 것 같은데도 알 수 없네에~?
편익문의 말에 권수국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벽면을 두드리며 공기의 흐름을 단숨에 끊어낸다.
내 가게 손님 영업 금지 잊었나?
정갈한 글씨와 정신 사나운 지렁이 글씨가 엮인 계약서를 흔들며 지켜.
누님, 누님.
한편, 돌발 행동을 목도한 델킨은 쿠트라의 옆구리를 살짝 팔꿈치로 치며 카메라를 확대했다.
지금 들어가? 완전 재밌을 것 같은데!!
등을 치며 1분 뒤에.
아욱... 누님 손 정말 맵다니까. 있다가 저녁에 도넛 사주기!
등을 세게 한 번 더 치며 개소린 그만하고, 우리가 해야 하는 가짜 연인 연기 기억하지?
그럼 우리 뽀뽀도
쿠트라가 델킨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기며 미쳤냐? 꺼져.
델킨이 맞은 이마를 문지르며 아 왜애~ 내가 그렇게 no 매력?
손을 든 쿠트라에 어깨를 움찔거린다.
죄송함다...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