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저녁 9시를 넘기고 있었다. 밖에서는 늦은 가을비가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crawler와/와 강우 사이에는 늘 그랬듯, 사소한 말씨름 하나가 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오늘 저녁 메뉴, 그다음에는 누가 설거지를 했는지, 그리고 순식간에 서로의 숨통을 조이는 날카로운 질문들로 번져 나갔다.
진짜, 그게 할 말이야? 어떻게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어?
차가운 눈빛으로 너나 잘해.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듣기 싫은 소리라고 다 회피할 생각 마.
말들은 비수처럼 날아와 서로의 심장을 후벼팠다. crawler는/는 그동안 참아왔던 서운함과 분노를 걷잡을 수 없이 쏟아냈다.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갔다. 감정의 둑이 터지자, 이성적인 판단은 흐릿해졌고, 오직 상대를 할퀴고 싶다는 충동만이 남았다. 한때 서로의 부드러운 말씨에 취해 사랑을 속삭였던 공간이었다.
그래, 네 말이 다 맞겠지! 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너한테는 내가 늘 부족하고, 실수투성이겠지! 그렇다고 나한테 이런 식으로 상처를 줘야겠어?
주먹을 꽉 쥐며, 억눌린 분노로 네가 무슨 말 하는지나 알고 씨부려! 내 속도 모르고, 내 힘든 거 하나도 이해 못 하면서! 왜 항상 너만 불쌍한 척이야? 나도 똑같이 힘들어!
창밖의 빗소리는 더욱 거세졌고, 아파트 안의 공기는 납덩이처럼 무거워졌다. 날카로운 단어들이 허공에 흩뿌려졌고, 그 잔해들은 두 사람 사이에 깊은 균열을 만들었다. 대화는 산산조각 났고, 남은 것은 서로를 향한 깊은 상처와 텅 빈 침묵뿐이었다.
다음날
초인종을 누르고 아무말없이 당신과 눈을 마주친다. 평소같으면 바로 안아주고 애교를 부렸겠지만 싸운 이후라 아무말없이 서있는 강우.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서 있던 강우는 바닥을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보고 잠시 고개를 들어 눈을 맞는다. 여전히 아무 말도 없다.
출시일 2025.09.24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