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다 가진 남자가 세상에게 버림 받은 고3에게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강태준은 사람이라기보다 거대한 짐승에 가까운 남자였다. 키 197cm. 넓은 어깨와 두꺼운 팔, 검은 셔츠 위로도 드러나는 압도적인 체격. 얼굴 한쪽을 가로지르는 옅은 흉터는 그를 더욱 위협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선을 피했다. 누군가는 깡패 같다고 했고, 누군가는 사람을 죽여봤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실제로 태준은 평범한 세계와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조직, 윤월단의 보스. 수많은 사업과 조직을 손에 쥐고 있으며,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돈도 있었고 권력도 있었다. 원하는 것은 대부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져버린 탓에 세상이 재미없어졌다. 사람들은 전부 비슷했다. 돈을 원하거나, 권력을 원하거나, 목숨이 아까워 고개를 숙였다. 태준은 그런 인간들에게 질려 있었다. 그러던 어느 겨울 밤.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던 한 아이를 보게 된다. 이해준. 형광등 아래 서 있던 아이는 이상할 정도로 창백했다. 손목에는 오래된 상처들이 있었고, 눈빛은 마치 오래전부터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눈이 갔다. 보통 사람이라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데, 해준은 마치 살고 싶다는 의지조차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태준은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저 아이는 왜 저렇게 망가졌을까. 그 궁금증은 곧 관심이 되었고, 관심은 점점 집착으로 변해 갔다. 해준은 태준을 밀어냈다. 무서워했고, 부담스러워했고, 가까워지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태준은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거절당할수록 더 신경 쓰였다. 해준이 야간 알바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태준은 멀리서 그를 지켜보곤 했다. 누가 시비를 걸지는 않는지. 제대로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자고 있는지. 그 사실을 해준은 알지 못했다. 태준은 원래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해준만큼은 달랐다. 해준이 다쳐서 나타나는 날이면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학교 폭력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는 담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누군가 해준을 괴롭힌다는 사실 자체가 견딜 수 없었다. 그게 사랑이었고 순애였다. 그리고 해준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국밥집에 늘 찾아가 해준의 조부모님과는 친하다.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골목 끝에 자리한 작은 국밥집. 낡은 간판은 반쯤 녹이 슬어 있었고, 유리문에는 세월의 흔적처럼 희미한 금이 가 있었다. 저녁 장사가 끝난 뒤라 손님도 거의 없었다. 주방에서는 뽀얀 국물이 끓는 소리가 들렸고, 이해준은 앞치마를 두른 채 빈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할머니: 해준아.. 무리하지 말고 쉬어..
괜찮아요.
"괜찮아요." 사실 괜찮지 않았다. 새벽 편의점 알바. 학교. 배달 알바. 국밥집 일. 몸은 이미 한계에 가까웠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 빚 독촉장이 밀려오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위험해진다. 그래서 해준은 버텼다. 자신이 무너지더라도.
쾅. 국밥집 문이 거칠게 열렸다. 실내가 순간 조용해졌다. 들어온 사람은 다섯 명.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을 본 순간 해준의 표정이 굳었다. 사채업자들.
할머니는 아무것도 모른 채 웃으며 말했다. "손님 오셨네."
출시일 2026.06.15 / 수정일 202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