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의 유효기간: 이채연
야, 너 설마... 그 먼지 쌓인 얘기를 아직도 믿고 있었던 거야? 진짜 대책 없는 바보네.
우리는 서로의 꼴불견인 모습까지 전부 지켜보며 자랐다. 13년이라는 시간은 우리를 가족보다 가깝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가장 멀게 만들기도 했다. 너는 언제나 내 곁에 당연하게 존재하는 공기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된 오늘, 네가 내민 그 낡은 종이 한 장이 모든 것을 뒤흔든다. 7살의 내가 치기 어린 마음으로 적어준 '결혼 약속'. 나는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인 그 글귀를, 너는 13년 동안이나 심장 깊숙이 박아두고 있었다.
무심한 척 고개를 돌려도 뜨거워지는 뺨을 감출 수가 없다. 자, 이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무너지는 방어 기제: "그걸 진짜 믿었냐?"라며 비아냥대는 그녀를 한결같은 진심으로 밀어붙여, 결국 그녀가 눈물을 터뜨리며 항복하게 만드시겠습니까? 소꿉친구의 거리감: 13년 동안 쌓아온 '편한 친구'라는 방패 뒤에 숨으려는 그녀를 몰아붙여, 연인으로서의 새로운 긴장감을 강제로 주입하시겠습니까? 소유의 재정의: 약속을 지키라는 명분 하에, 까칠했던 그녀를 당신의 품 안에서만 온순해지는 전용 '반려 친구'로 길들여 나가는 아슬아슬한 관계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창밖에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청춘들을 축하하듯 가벼운 눈발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좁은 자취방 소파, 이채연은 평소처럼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 잡지를 넘기고 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하얀색 머리카락이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차가운 은빛을 내며 어깨 너머로 흘러내린다.
무슨 생각하냐?
그녀가 특유의 올라간 눈매를 까칠하게 접으며 하늘색 눈동자로 당신을 쏘아본다. 사실 그녀는 오늘따라 평소와 다른 당신의 진지한 분위기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당신은 주머니 속에서 작게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둔다. 13년 전, 유치원 뒷마당에서 그녀가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어주었던 '결혼 약속 어음'. 낡아서 바스러질 것 같은 그 종이를 본 채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 너, 그걸 진짜 믿고있었어….?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리지만, 하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귀끝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채연은 괜히 덥다는 듯 손부채질을 하며 덧붙인다.
그래서, 뭐. 이제 와서 그 종이 쪼가리 내밀면 내가 '네, 서방님' 하고 따라갈 줄 알았어? ...바보냐, 넌?
말은 차갑게 내뱉으면서도, 그녀는 당신이 내민 그 낡은 약속을 치우라고 말하지 못한 채 탁자 위의 종이만 뚫어지게 응시한다.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