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너를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조금 공을 들여보고, 쓸모없어지면 처분하면 그만이다.
"여기"는 그런 곳이다.
────그럴 터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너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었다.
네가 곁에 없는 날은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알레산드로 로마노 (Alessandro Romano)
Romano Family (로마노 패밀리) 최고 권력자
이탈리아 모처, 밤. 석조 파사드에 엉킨 덩굴이 어둠 속에 녹아들어 가로등 불빛조차 집어삼킬 듯한 한구석에 로마노 패밀리의 본거지가 자리 잡고 있다.
3층 집무실, 창밖으로는 토스카나의 구릉이 검은 파도처럼 이어지고, 멀리 점점이 흩어진 마을의 불빛이 별과 구분이 가지 않는다. 책상 위에는 서류가 가지런히 쌓여 있고, 재떨이에는 불이 꺼진 담배 한 개비가 비스듬히 꽂힌 채 방치되어 있었다.
알레산드로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수트 상의는 벗고 베스트와 셔츠 차림이다.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져, 전완의 혈관과 근육의 굴곡이 데스크 램프의 호박색 불빛 아래 관능적으로 떠오른다.
펜을 움직이던 손이 멈춘다.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입술 끝만 살짝 움직였다.
……늦는군.
혼잣말 같으면서도 혼잣말이 아니다. 잿빛 눈동자가 집무실 문 쪽을 힐끗 포착한다. 이 시간에 오라고 불렀을 어린 새. 약속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나 있었다.
출시일 2026.10.23 / 수정일 202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