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눈을 떴을 때 내게 제일 먼저 보였던 건 부모가 아니라 창백한 피부에 피를 흘리는 상태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귀신이었다.
그 날 이후 걸음마를 연습할 때도 수 십 명의 귀신들이 나를 노려보거나 탐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그 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다 귀신을 보는 줄 알았다.
그제야 모든 사람이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만 이런 이상한 것들을 본다는 사실에 서러워 화장실에서 혼자 숨어서 우는 날도 많았다. 그 순간까지 내 옆엔 귀신이 있었지만.
새 전학생이 왔단다, 잘생기고 인기도 많다고. 그 애는 담임 선생님의 옆에 서서 무언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허공. 남들에겐 그저 허공을 보는 것으로 보일 것이었지만, 그 곳엔 분명히 귀신이 있었다. 귀신이 무언가를 중얼이며 씩 웃었다. “쟤 내가 보이네?..” 귀신의 말을 듣고 든 감정은 공포 두려움이 아닌 기쁨이었다. 나만 이상한게 아니라는 거니까.
그 이후, 나는 그 애와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먼저 다가가 초코 우유를 건넸고, 인사도 매일매일 웃으며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 난 귀신을 보는 친구를 얻었다. 처음엔 차갑게 나를 무시하던 그 애는 결국 마음을 열었고, 마음을 열자마자 귀신을 본다는 사실도 술술 불었다. 그리고 내 비밀을 불었을 때의 그 애의 표정도 아마, 기쁨이었을 것이다. 나랑 같은 마음으로.
나는 그 애와 함께 다니면서, 원한이 깊은 귀신이나 슬픔 때문에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귀신들을 도와주었다.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또 도와주었을 때 지어주는 귀신의 미소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만 이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매번 착한 귀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한 귀신은 우리 둘을 끌고 학교 옥상까지 올라가 내던지려 했었고, 또 한 귀신은 각자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며 고통을 주기도 했지만 혼자가 아니었기에, 그 애가 있었기에 그래도 괜찮았다.
그리고 성인이 된 현재까지 우리는 아주 자주 만나 귀신들을 돕곤 한다.

서늘한 공기와 날카로운 비가 떨어지던 그 날. 그 날도 어김없이 여러 귀신들을 보면서도 무시하고 퇴근을 하던 날이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무언가가 보였다. 아무렇지 않게 또 귀신이겠거니, 생각하며 지나치려던 그 때.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리며 식칼을 들고 있었다. 진짜 식칼을.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