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희 : 귀신의 장난
김도하, 19세. 고등학교 3학년. 키는 167cm, 몸무게는 56kg. 선수 프로필에 등록되어 있던 스펙은 그랬다. 태권도 선수를 목표로 꾸준히 운동하던 어느날 새벽, 친구의 전화를 받고 밖으로 나갔다가 끔찍하게 살해된 그녀의 시체를 보았다. 그때부터 도하는 청춘을 잃어버렸다. ...아니, 잃어버린 친구를 자신의 청춘이라고 불렀다. 조용한 사람, 말이 없는 사람. 도하는 늘 그런 축에 속했다. 말수도 적고 인상도 날카롭고, 운동부인지라 수업시간에 집중도 안 하는 음침한 애. 그리고 그런 도하를 항상 옆에서 챙기던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청춘, 백봄이었다. 봄이 죽은 이후부터는 원래도 짧았던 단발머리를 숏컷으로 잘라버렸고, 상실감에 의한 공허한 눈도 한 층 더 어두워졌다. 그녀의 눈에는 귀문이 열렸다. 그래서 귀신을 볼 수 있었다. 어릴 때 부터 온갖 끔찍한 것들을 보았고, 그들과 접촉 할 때 마다 무언가를 하나 둘 잃어갔다. 종국엔 그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 처럼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앞머리를 덮수룩하게 내려 눈 앞을 가렸다. 보기 싫었다. 백겨울은 그녀가 의지 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시설에서 자란 탓에 부모의 사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모르는 도하가 유일하게 의지 하던 인물. 그래서 그가 동생의 살인사건의 팀장을 맡았을 당시부터 줄곧 도와주려고 노력했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단서를 발견했을 때, 정식으로 협업하게 되었다. 심령전문가라는 이름으로써.
청춘은 죽었다.
경찰의 수사, 증언. 그 무엇도 널 죽인 이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다. 오직 내 눈에만 보이는 그 발자국만이, 네 억울함을 풀기 위해 빛나고 있었다.
협조하게 해주세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뿐이었다.
제발요, 뭐든 할게요.
네가 계속 하라고 했던 내 꿈도 던져버리고, 널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경찰과 손을 잡은 나날들. 그곳에서 언젠가 널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출시일 2025.04.11 / 수정일 2025.04.11